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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KyuHyang Lim Feb 05. 2016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타이베이의 골목탐방

도시의 유목민이 된이유.




우리는 끊임없이 변하는 우주로부터 또 세계로부터 지배를 받으며 변화하고 움직이며 살아가야 한다.

나는 매 순간 다른 공간에서 찾는 에너지로 살아가는
자발적인 도시 유목민이다



 낯선 도시에 머무는 동안 남겨지는 역사와 발자취는 나의 시간 속에 기록되고 , 지나온 공간마다 기억이 각기 다른 형태로 저장된다. 이 과정을 즐기며 살아간다는 것은  나에게 심리적 육체적 건강의 증표이기도 하다.






조용한 비온 날 다음 날 길을 걷다가 아직 하루를 시작하지않은 어느 상점 앞 .




9:49 am

타이베이의 오전은 한적하고  조용했다.

모든 것이 촉촉이 젖은 채 아침 햇살 속에서 번뜩였다.

매일 매일이 비 온 다음 날과도 같은 낭만이 있었다.




빈티지 한 골목귀퉁이


모카 당대 미술관을 찾다 잘못 들어선 중산 역  근처 어느 길에서 이곳의 습한 기후와 크지 않은 토지에 충실히 적응하며 사는 그들의 일상을 말해주는  주거촌을 만났다.

건물의 1층은 상점 그리고 2층부터는 주거로 쓰이는 나름의 역사성을 품고 있는 듯한 건물들이  즐비했다.


이를 증명하듯 베란다에는 살림살이가 적나라하게 널려 있었고 1층 마당에는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주차되어있었다. 상점과 주거가 한 건물에 이루어져 정리되지 않아 보이는 것은 굳이 지저분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을 만큼  나름 재기 넘치는  멋스러움이 있었다.



거친 벽은 낡고 헤진 경지를 벗어나 예술적이기 까지 하다 .



주상복합의 클래식. 고전이라고 할까?.



윗층은 가정집 밑은 국수와 만두를 기다리는 직장인들로 가득한 가게.


10시. 타이베의 하루가 시작되지 않았다. 열두시는 지나야 모든 상가들이 비로소  생기가 돈다.


복잡한 전선과 낡은 타일벽 문과 알수없는 그래피티 글자들.



세상의 복잡한 부조화에도 이곳의 건물은 각자의 다른 차이를 극복하고 자기 자리를 잡고 겸손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가 갖추어야 할 , 세상을 살아가는 미덕을 실천하고 있던 것이다.    


이 거리의 정취에 취해 원래 갈 목적지도 잊은 채 감각이 파고들 여지를 활짝 열고 걸었다. 여행지에서 유명한 곳을 가지 않아도 가장 그 도시 다운 사람 사는  냄새나는 곳이 가장 이국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기다리는 여행의 기쁨은 바로 그런 것이다  길을 헤매다 마주치게 되는 숙명적인  만남.




아기자기하면서도 살짝 키치한.


이십 세기 최대의 과제인 보존과 파괴에 대한  끊임없는 명제에 대해 타이베이의 거리는 지우기보다 있던  것으로부터 가치를 찾아내는 멋진 방법을 택했다. 편한 대로 모든 것을 변형시켜 살아가고 파괴를 일삼으며 새로운 것의 추구가 가능한 것이 인간이다. 너그러우면서도 차가운 웃음을 머금고 과거와 현재, 신과 구  모든 것을  안고 여유롭게 흘러가는 이 거리를 걷고 있으니 무조건 새것 빠른 것 만을 추구하며 재개발되어 버려 신기루처럼 사라진 우리의 옛 골목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 세상 그 무엇도 지나치게 멋질 수 없으며 미의 추구에는 끝이 없다고 한다.  자신들이 벌여놓은 욕망의 크기에  스스로가 질식되어 다시 찾게 되는 것은 결국 옛것을 간직하고 있는 고향인 법. 이처럼 우리는 무모한 욕망만을 실현하려고 하기보다 있는 지나간 것 존재하고 있는 것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것들에 대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사실은 나도 끝없는 파괴를 일삼아야 하는 사람이다. 미술전시를 하고 아트페어를 하고 난 뒤 그 짧은 시간 동안 모든 집중 조명을 받던 벽과 그림들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 길어봐야 일주일. 그림은 내려지고 가끔은 그 벽마저도  원래의 존재마저 부정하듯 사라진다.

그런 과정에서 지독한 공허함을 느낀다. 짧은 시간 세상으로부터의 집중적인 관심은 나의 엔도르핀을 돌게 하다가도 전시가 끝나고 며칠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고   뽐냈던 그 공간이 사라지는 철수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에 이토록 허무맹랑한 이별 이야기도 없다.


새로운 전시는 예정된 이별이자
시한부를 예고한다



내가 공간에 집착하며 도시 유목민이 되기를 자처하고 도시 여기저기 다양한 곳에 기억을 감각의 형태로 남기려는  이유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억 저편 어느 곳으로 아예 사라지고 만다.


나에게 있어서 공간 이란 삼차원으로 이루어진 물질적 개념이 아닌 흐르는 시간에 내 기억과 마음을 걸쳐두려는  저장고와 같기 때문이다.



너를 다시 만날 날은 기약못해도




타이베이의 오전시간

우연히 만난 그 낯선 도시의 거리 위에

영혼과 마음을 한가득 놓아두고서 다음 행선지로 향한다.




LUVcontemporary art

Director 임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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