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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KyuHyang Lim Sep 15. 2016

지진

그날 저녁


어제(9/14) 새벽 세시 22분경 기분 나쁜 소음을 동반한 땅의 울림에 잠에서 깼다. 그날 이후 삼백 회의 여진이 있어 왔다는 뉴스의 메마른 보도를 봐 왔기에 잠결에도 여진인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나는 화장실에 갔다가 불쾌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 다시 잠을 청했다.     



추석 , 매년 오는 할머니 댁은

 하필 이틀 전 한반도 최고치로 발생한

 5.8도의 지진의  진원지였다.     

 

꿈에 대한 해설 책과 같이 거짓말처럼 나는 어제 새벽 세시의 그 여진이 나기 바로 직전까지 지진 꿈을 꾸고 있었다. 이틀 전의 짧고 컸던 지진 경험으로 여태 느껴보지 못했던 불안감이 내 안에 내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지진이라는 존재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해 그저 뉴스나 신문을 통해 객관적으로 받아들여 왔을 뿐이었다.  혹은 재난 영화에나 나올법한 주제 정도로 여기며 살아왔다. 바로 그날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틀 전 저녁 서울에서 돌아와 채 가시지 않은 피곤에 축 늘어져 한가롭게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돌연 우웅 - 하는 위압적인 소리와 함께 집안의 모든 물건들이 달달달 떨리기 시작했고. 이내  3차원의 벽, 바닥, 천정 공간이 곧 으스러질 것 같은 공포감이 들만큼 진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지각 변동 현상이라는 것이라는 인지를 한 것은 본능적으로 강아지를 안고 아파트 밖을 뛰쳐나온 뒤였다.

나는 지인들에게 이 처음 겪는 기괴한 현상을 공유하기 위해 문자를 해보았지만 먹통이었다. 순간 내가 다른 차원의 세계를 경험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터무니 없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 신호도 가지 않았고 재빨리 인스타그램 , 페이스북을 연신 새로고침 하였지만 지진 관련 소식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점점 관련 보도가 올라오고 사람들의 SNS에 관련 경험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뒤늦게 시계를 보니 그 고립의 시간은 고작 10분이 안 되는 시간이었다.  지진의 가능성이 있는 땅위의 11층 오래된 아파트에 산다는 건 피가 거꾸로 솟을 만큼 소름 끼치는 일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하늘을 나는 것 외에는 딱히 손 쓸 방법이 없는.  


한 시간이 지나 겨우 진정을 하고, 집에 돌아온 엄마와 좀 전의 진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 설상가상 2차 지진이 발생하였다. 두 번째의 공포감은 마치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비행기가 추락하는 도중의 기분이었다. 딱히 매뉴얼도 돌파구도 없는 그런 끔찍하게도 무방비한 상태 말이다.     

그날의 모든(?) 지진이 끝나고 문득 나를 괴롭히는 몇 가지 불쾌한 일들에 대해 생각했다.


신체의 수많은 기능 중 제 임무를 쓸데없이 열심히 하는 몇 줄기 의 신경세포가 아까울 만큼 너무나도 쓸모없기 짝이 없어 보였다.    

 

마르크스도 , 신도 , 존 레넌도 , 데이비드 보위도 죽었다.

우리는 너무나 사소한 것에 잠식된 채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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