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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에 관해

by Kelly KyuHyang Lim




사랑의 가해자들은 그녀를 알아갈수록 혼란스러웠다.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행복함과 동시에 몸의 기능이 이상해짐을 느꼈다. 소화가 안되고 호흡이 잘 안 되는 것이다. 감정적 균형을 위해 다른 상대를 만나보기도 했지만 더욱 그녀에 대한 감정만 깊어져 갔고 그런 것을 막기 위해 애써 네거티브적 면모를 떠올려 보지만 그 부분마저 더욱 강력한 끌림으로 다가왔다. 논리를 뛰어넘는 일이었다.


반면 그녀의 감정은 늘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나친 예민함 , 질투심 , 분노 , 열등감 따위로부터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 특정 색에 대한 집착만을 빼면 말이다. 빨강을 마주한 그녀의 모습은 달랐다. 그것은 그녀의 까다로운 취향을 관통하는 모든 것이었다. 빨강 앞에서 그녀는 주체할 수 없이 나약해지고 말았다. 빨강의 색채를 띄는 모든 것에 사랑에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빨간색 그것은



마비

초조

막다름

우아함

무모한 열정

욕망의 잔상

심미적인 갈증

끓어오르는 기쁨

품위 있는 고통의 감정

매 순간 들끓는 감정선

훌륭한 취향에 대한 증명

예술에 품는 복잡한 감정

가지고 싶은 잔혹한 섹슈얼리티

스스로의 자아도취이자 자기혐오

지독하게 젊은 공허함과 고독의 색

연약함을 마비시켜 강해지게 하는 마취제

예쁘기만 하지 않은 그녀가 되고 싶은 이상

읽은 수많은 책 , 들은 음악이고 보았던 영화

타인에게 던지는 , 타인이 던지는 육식동물적 시선

고통스러워하면서도 품위를 잃고 싶지 않은 오만함



그리고

그녀 자체였기 때문이다.




#kelly_on_redv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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