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경험했던 부분이나 성인이 된 이후 겪었던 부정적 측면과 비슷한 상황이 닥쳐오면 나는 남들 10에서 5로 느끼는 고통의 감정에 10/10의 고통을 다 느껴버리고 괴로워하는 타입이었다.
어떤 일이 생기면 하루종일 그 생각만 하고 자책하며 스스로를 수도 없이 채찍질하다 잠들곤 했던 정말이지 피곤한 사람이었다.
자신감 결핍으로 인해 사회적으로도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없었다.
도망치기에만 바빴을 뿐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은 하지 못했고, 그런 생각조차도 못했다.
주변에 사람이 없었기에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멘토도 없었고, 그저 혼자 교회를 다니며 기도하며 지내는 것이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어떤 일에 좋은 결과가 있어도 남들 앞에서 받는 칭찬에 감사하기는커녕 주목받아 미움받을까 봐 그 상황이 너무 싫었고, 나도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사람들은 훨씬 더 잘 해낼 것이라는 신념 때문에 더 열심히 할 생각을 못했다.
'아, 내가 했으니 남들도 다 했겠지.' 또는 '아 그럼 그렇지. 내가 뽑힌 이유가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온전히 나 자신을 칭찬해주지 못했다.
나 자신에게 조차도 어느 정도 '만족'이라는 게 없었기 때문에 타인의 실수에도 너그럽지 못했다.
36살에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다.
남편을 만나기 전에 친정엄마의 권유로 결혼정보회사의 힘을 빌려 10차례 이상 선을 보았다.
30대 중반이고 직업이 안정적이지 않아서 그랬던 건지 나이 많은 분들밖에 매칭이 되지 않았다.
남자를 만나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외적인 부분 몇 가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손과 귀 모양이었다.
손이 너무 여자답거나 귀모양이 이상하면 아예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조건이었더라도 그 부분이 채워지지 않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돌아섰다.
맞선은 정말 나에게는 부담스럽고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없을 것만 같아서 숨이 턱 막혀왔다.
한국에 와서 두 사람과 데이트를 했는데 두 사람 모두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나보다 안정적이지 못한 사람을 만나려고 했는지 인식조차 하지 못했는데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기 시작하고 변화를 시도하면서 과거의 모든 일과 관계가 나의 문제와 척척 들어맞으면서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통제'가능한 사람들을 만나왔던 것이다. 한마디로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하고 나의 비위를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을 골랐던 것이다.
그러다 한 사람은 신용불량자가 되어 멀어졌고, 다른 한 사람은 30대 중반에 자기 꿈을 펼치겠다며 프로 골퍼에 도전하면서 골프 연습장 숙소로 들어가 살게 되었다. 그 사람들과는 오랜 시간을 함께 해놓고 그렇게 허망하게 헤어지게 되었다.
그동안 힘들었던 마음을 통제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 위로받고 나에게 다 맞춰달라며 배려와 존중이 결여된 인간관계를 맺어왔던 것이다.
남편과의 관계가 지독하게도 안 좋았던 것도 남편을 무엇으로든 통제하려는 화법을 쓰고, 당위적인 생각 때문에 계속 부딪혀 왔다.
나이는 찼고, 동생들은 모두 결혼을 했기에 마음이 급했다.
그러다 지인이 소개해준 지금의 남편을 만나 짧은 연애 끝에 결혼하게 된것이다.
이런 것을 40대에 깨달았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고, 이렇게 깨달음을 준 나의 두 아이들에게 고맙다.
내가 달라져야 주양육자로써 이 가정을 건강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치유와 회복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혹시 이 글을 미혼분이 읽게 된다면 꼭 한 가지 말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
결혼 전 반드시 과거의 나와 화해를 하고 가정을 꾸리시길 간절히 바란다.
왜냐하면 결혼 후에는 과거에 미해결 된 나의 문제가 분명히 수면 위로 떠올라 사랑하는 배우자와 아이들이 그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아픔이 있는 분들이 건강한 배우자를 만나면 그래도 치유하며 살아갈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반드시 서로를 점검하고, 회복하는 과정에 조금 더 신경을 쓰시길 바란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차오르는 감정이 무엇인지 인식조차 못하고, 왜 그런 감정이 생기는지 그 이유도 모른다.
한 번쯤 내 안에 뭔가가 어떤 상황에 놓이면 건드려진다거나 정상적이지 않은 범위를 왔다갔다 하는 부분이 있다면 거기서 멈춰보시길 바란다. 그 감정을 끄집어내서 마주하고 대화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질 때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