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회사에서 있던 일이다.
부서 간 회식을 하던 중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 익자, 회계 부서에 있던 한 직원이 마케팅 부서의 과장에게 약간 불평하듯 말했다. “ 과장님은 좀 말이 없어요.. 대화 좀 해주세요.” 그러자 마케팅 부서의 과장은 얼굴이 조금 빨개지면서 “ 아.. 제가 그랬나요? 미안합니다”
다음 날, 마케팅 부서의 과장님은 그 직원에게 메일을 보냈다 대리님. 제 강점 리포트 첨부로 보내 드립니다. 저의 34개 강점 리포트 중 34위가 커뮤니케이션 테마여요. 아마 그래서 제가 대화에 약한가 봐요. 너른 이해 부탁드립니다!
34개 테마가 적힌 본인의 강점 리포트를 보시는 분들이면 정말 예외없이 보이는 행동이 있다. 보자 마자 리포트의 맨 뒷부분으로 바로 넘기는 것이다. 그리고 말한다. 나의 이런 부분이 약점이군요.
강점 리포트인데도 나의 강점을 먼저 살피기 보다는 나의 약점이 무엇인지 본다. 나의 Bottom에있는 것이 진짜 나의 약점일까?
갤럽에서는 약점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대신 34개의 테마를 다음의 세가지 영역으로 구분한다.
“지배적 영역”, “보조적 영역”, 마지막으로 “덜 강한 영역”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1위부터 10까지를 지배적 영역 그리고 11위에서 28위까지를 보조적 영역, 29위에서 34위를 시작으로 나머지를 덜 강한 영역으로 본다.
나 역시 예전엔 보조적 영역이나 덜 강한 영역은 나에게 아예 없는 영역이라고 여겼다.
“매일 매일 할 일이 떠올라요. 한가지를 하고 나면 다음 일이 떠오릅니다. 때때로 신체적으로 벅찬 느낌이에요.”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강점 코치와 코칭 대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영국에서 CEO대상으로 다년간 코칭을 해 오던 마스터 코치였다.
“성취 테마의 발현이군요”
“그럴리가요. 전 성취테마가 Top 10안에 없습니다. 성취 테마가 있는 사람들처럼 에너지가 많은 것도 아니라구요”
그러자 전화기 너머 코치는 이렇게 대답했다 “ 우리 모두에게는 34테마가 있습니다. 순서가 비록 Top 5나 10안에 있는 것이 아닐지라도 발현될 수 있습니다.”
그렇구나! 그 전에 나는 늘 나에게 지배적인 테마 까지만 발현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배적인 테마가 아니더라도 덜 지배적이더라도 끄집어 내어 쓸 수 있다. 마치 책상으로 따진다면 조금 멀리 있는 서랍에서 꺼내 쓰는 것이다.
나의 리포트 Bottom에 있는 테마들은 아마도 책상 다리에 깔고 있는 것이라 책상을 들고 끄집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테마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 안에 존재한 것이니 힘이 들지만 끄집어 내어 쓸 수 있다.
강점 기반 조직을 만들기 위해 준비 작업을 하면서 전 사 직원이 강점 진단을 한 회사에 방문하여 강점에 관한 Q&A 시간을 가졌다. “연결성, 지적사고, 회고, 발상, 전략테마”가 Top 5인 노무 담당 부장님이 물었다
“강점을 발휘하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제가 생각하기에 강점 테마를 알게 된 후 나의 강점 테마를 계속 생각하면 그 강점들이 뾰족 뾰족 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관계를 해치거나 성과를 해치는 것 같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맞는 말이다. 특히, 진단만 하고 제대로 코칭을 받지 않은 경우, 강점이 너무 좋아서 본인의 강점대로만 행동했다가 오히려 그 부작용에 당황한 경우를 여러 번 목격했다.
행동 테마가 있었던 한 팀장이 원석인 상태의 행동 테마만 강화하는 경우 오히려 팀전체는 일을 계속 벌리되 마무리를 제대로 못해 클로징 시점이 되면 모두가 허덕이며 밤새서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신입 직원의 경우, 우리나라에는 화합 테마가 상당히 많은데, 그 테마를 제대로 발휘하지 않는 경우 침묵으로 수동적 공격성만 강화하기도 한다. 강점을 알기는 알지만 제대로 관리하는 법을 모르거나 강점이 제대로 발현되기 위한 가이드 및 실행 제언을 무시하고 건너뛰기 때문에 생기는 일인 것이다.
강점 발현에 대해 제대로 알기 전에 나는 절친 테마를 이렇게 사용했다. 친한 친구나 동료가 몇 번의 실망감이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아예 멀리 대한다. 직장 생활에서도 나와 친한 사람들 몇 명에게 정을 준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내가 모르는 나의 기준이나 소통이 되는 경우 특별히 잘해 주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공평치 않은 기준이 있는 것 같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렇다면 절친 테마를 제대로 쓰기 위한 실행 제언은 무엇인가? 가이드 및 실행 가이드에서는 먼저 자신의 매력적인 측면을 보여주려고 애쓰라고 한다. 또 일주일 동안 내가 아는 동료 또는 직원들의 이름을 모두 한번씩 불러 보거나 인사해 보기가 있다.
분명 다른 이들에게 진실함을 전달하고 깊은 정과 의리를 중시하는 절친 테마는 나의 강점이다. 이 강점이 제대로 그리고 현명하게 사회에서 발휘되려면 나는 나와 다른 스타일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또한, 쉽게 친한 사람에게만 다가가려는 자신에게 타인의 이름을 불러보거나 반갑게 인사한다는 미션을 줌으로서 다른 이를 더 배려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럼 나는 항상 이런 강점을 발휘하는 상태만 있을 수 있을까?
아니다. 내가 평온하고 감정적으로 안정된 경우, 그리고 내가 조직에 기여하고 싶은 순간은 이런 실행 제언을 따르고 싶은 마음 상태가 된다. 하지만 내가 불편하고 불안정하고 의심스러운 경우 그 반대의 마음 상태가 되고 만다. 더 이상 마음을 내어 주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진짜 나의 약점은 나의 강점 테마를 제대로 발현하지 않고 마구 사용할 때이다. 나의 가장 지배적 재능이니 얼마나 쉽게 약점으로 전환될 수 있겠는가?
약점이 되지 않으려면 바로 내가 강점을 발휘하는 순간을 알고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나의 마음 상태가 안정되어 있는지 아니면 불편하고 불안한지를 늘 살펴보곤 한다. 나의 감정을 비추어 보며 스스로 자신에게 코칭을 하는 것이다.
강점 코치로서 고객들을 대할 때 제일 먼저 강점 리포트를 받으면 줄긋기를 먼저 하도록 권한다. 나에게 가장 와 닿는 말들에 줄을 긋게 하는 것이다. 참 이상한 일은 한번 읽고 두 번 읽고 그리고 여러 번 읽어도 새로운 말들이 계속 눈에 들어 온다.
처음 읽을 때 나의 뇌는 나를 새롭게 정의하는 말이 신기하다. 내가 보석 상태로 하는 행동들을 정리해 놓은 리포트를 줄긋고 읽게 함으로써 뇌에 저장하게 하고 나도 모르게 그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Top 5개의 테마가 계속 보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 리포트를 여러 번 읽어 보자. 실행 가이드에 있는 아이템 중 하나씩 둘씩 실행해 가면서 나의 테마가 더욱 반짝이는 보석이 되도록 해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자기진단하며 성찰한다면 우리의 강점은 늘 밝게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