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브랜딩을 UX안에서 잘 녹여내는 이유
이번 편은 마이크로카피 이야기의 마지막 편인데요. 브랜딩 강자로 유명한 배달의민족 UX Writing에 대해 분석해보고, 우아한 형제들의 조직 문화가 어떻게 UX Writing에 영향을 주었을 지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배달의민족은 국내 서비스 중 가장 컨셉이 뚜렷한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특히 “B급, 키치, 유머"를 키워드로 브랜딩 전략을 펼쳐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는 주로 배달을 자주 시켜 먹는 막내, 젋은 세대를 공략한 타켓 브랜딩 전략인데요. “우리가 무슨 민족입니까?”, “경희야, 너는 먹을 때 제일 예뻐" 등 홍보 문구 역시 B급 감성을 녹여 사람들의 머릿 속에 오래도록 기억 남는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B급 감성으로 브랜딩을 한 점은 단순히 홍보 문구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핵심이 되는 서비스에도 잘 녹아들어야 소비자들의 머리에 확실히 각인될 텐데요. 배달의 민족 서비스 내에 배달의민족만의 브랜딩이 얼마나 UX Writing에 잘 반영되어 있는 지 살펴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http://www.insigh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45
각 페이지별로 주요한 행동 흐름에 따라 UX Writing이 어떻게 적용되어 있는 지 하나씩 확인해보겠습니다.
배달의민족은 점차 기능이 많아지면서, 한 앱에서 배달도 시킬 수 있고, 쇼핑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배달도 빠른 배달과 일반 배달로 나뉘어져 있어 소비자들이 메인화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아졌는데요. 이렇게 다양한 기능들을 배달의민족만의 언어로 풀어서 위트있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a.배민원 : 한 번에 한 집만 빠르게 배달해요!
b.배달(일반) : 세상은 넓고 맛집은 많다.
c.포장 : 가까운 가게는 직접 가지러 가지요.
a.b.c 세 개는 음식 주문을 하는 곳에서 ‘배달' 유형에 따라 분류된 탭입니다. 여기서 배민원의 경우, 왜 빠르게 배달이 가능한 지 대화체로 유쾌하게 설명이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배달(일반)의 경우, 배민원보다는 느리지만 배민원에 비해 미리 있었던 탭인 만큼 입점한 가게 수가 많을 텐데요. 이런 점을 “입점한 가게 수가 많아요"라고 건조하게 표현하기 보다는, “세상은 넒고 맛집은 많다"로 B급 감성을 넣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포장" 역시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면 좋은 탭인지 대화체로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밑으로 스크롤을 좀 더 해보면(위 이미지 가운데 화면 스크린샷 참고), 가장 최근에 주문했던 집들이 캐로셀구조로 등장합니다. 여기서 짧게 “최근 주문"이라고 표시하지 않고, 배민 어투를 살려서 다소 길 수 있지만 “최근에 주문했어요"라고 배민스러운 아이콘과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선물하기'와 ‘전국 음식’과 같은 것도 ‘마음을 선물해보세요'와 ‘전국의 별미가 한가득'이라고 표시하여 가상의 배달의민족 캐릭터가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한 친근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메인화면에서 본 배달의민족 앱의 UX Writing의 특징을 보면, 풀어서 친근한 말투로 표현하되 군더더기가 없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특유의 배민스러운 위트가 반영되어 있어서 다른 배달 앱을 사용할 때는 확실히 다르게 ‘아 나 지금 배달의민족 쓰고 있지'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것 같았습니다.
배달의민족은 특히, 폰트도 직접 만들고 이를 이미지 그래픽처럼 잘 활용하고 있는 서비스 중 하나인데요. 빈 페이지에서는 이런 폰트를 그래픽 요소로 사용하는 점과 한 글자에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의 핵심을 전달하는 UX Writing이 만나 이용자들에게 피식 웃음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헐'은 젊은 세대들이 자주 쓰는 용어를 직접적으로 UX 요소에 반영하였습니다. 아무것도 없어서 허탈한 ‘헐'상태를 임팩트 있게 잘 잘 표현해 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텅'이라는 글자 하나로 주문내역이 비어 있다는 상황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화면들을 보면 밑에 문장으로 쓰여 있는 설명을 굳이 읽지 않아도, ‘아 이 페이지는 지금 비어있구나'를 소소한 웃음과 함께 인지할 수 있습니다. 사실 빈 페이지들은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여 다소 형식적인 문구들로 친절하게 않게 구성된 서비스들이 많은데요. 배달의민족은 Writing으로 빈 페이지까지 섬세하게 B급 감성을 담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배달의민족에서 음식 주문한 후에 가장 많이 들여다 보는 화면이 어디일까요? 바로, 언제 즘 배달이 도착할 지 기다리는 화면일텐데요. 배달의민족에서는 ‘조리중'인 상태를 ‘맛있게 만들고 있어요'라고 표현하여 음식점 사장님께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배달이 시작한 후 거의 다 도착할 때 즘엔 ‘거의 다 왔어요'라고 긍정적인 문구로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 ‘라이더님이 안전하게 배달 중입니다'라고 설명을 적어두어, 유저로 하여금 ‘라이더 님의 안전'을 강조하여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두었습니다.
배달 음식을 기다리는 과정을 보는 화면은 어떻게 보면 지루하고, 자칫 예상 시간보다 늦게되면 배고픔에 지쳐 짜증이 난 상태에서 보게될 화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배달의 민족 특유의 UX Writing으로 좀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게 유도하고 있습니다. ‘사장님의 노력', ‘배달원 분의 안전' 등 우리의 배고픔에 앞서 내가 먹을 음식과 관련된 사람들의 노력과 안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여, 보다 인내심있게 기다릴 수 있게 한 점도 인상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사실 리뷰의 경우 가장 앱에서 귀찮아하는 과정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도 배달의민족은 ‘음식 리뷰 남기기', ‘배달 리뷰 남기기’와 같은 건조한 문체가 아니라 ‘음식은 어떠셨어요?’, ‘배달은 어떠셨어요?’라고 마치 음식점 사장님과 배달원 분께서 물어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좋아요'의 반대를 ‘싫어요'가 아닌 ‘아쉬워요'로 적용한 부분도 리뷰를 남기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반영해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싫어요'는 사실 격한 표현이라고 여겨져서, 뭔가 솔직한 리뷰를 남길 때 허들이 되는 문구인데요. ‘아쉬워요'라고 비교적 부드럽게 풀어낸 표현은 더 솔직한 마음을 남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문구라고 느껴졌습니다.
배달의민족의 회사명인 우아한 형제들의 일하는 방법, 다들 한번 즈음은 보신 적 있으실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재치있고 친근한 UX Writing이 나오게 된 배경이 될 법한 일하는 문화가 몇 가지 눈에 띄었습니다.
동료분들과 잡담을 나누다가 어떤 생활에서의 팁을 얻거나, 회사 업무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얻게 된 적 있지 않나요? 사실 어느 정도의 잡담은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요. 배달의 민족의 경우 특히 우리 일상과 맞닿아 있는 “식문화"에 대한 서비스이므로, 생활에서의 소소한 잡담에서 나온 문장들이 배달의 민족 속 UX Writing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 같습니다.
배달의민족 역시 수평한 문화를 기반으로 빠르게 결정하는 실행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특이한 점은 “책임은 결정한 사람이 진다"입니다. 이는 재밌는 아이디어들을 실무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내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실행한 사람이 책임진다'라고 할 경우, 책임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 때문에 의견을 활발하게 이야기하고 적용하기 꺼려질 수 있을텐데요. 배달의민족에서는 “결정"한 사람이 책임진다는 문화로 보다 새롭게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꺼내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의 섬세한 UX Writing은 고객의 관점에서 치밀하게 사용자 경험을 고민했다는 점이 느껴졌는데요. 여기서 배달의 민족의 고객은 단순히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이 아니라, “입점한 가게 사장님"과 “배달원"분들을 포함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3 이해관계자를 적절히 고려해야하는데요. 그래서 주문을 기다리는 화면에서 사장님을 배려한 문구와 배달원을 배려한 문구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우아한형제들의 “4대 핵심가치"에도 재치있고 친절한 UX Writing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진지함과 위트"의 핵심가치에서 군더더기없으면서도 위트있는 브랜딩이 여기서 나오는 구나하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위트있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아무리 억지로 짜내고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을 겁니다. 기업 문화에서부터 ‘진지함과 위트'를 강조하고 있기에 배달의민족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유쾌한 생각들을 하게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 자료>
https://www.woowahan.com/company/culture
마이크로카피 이야기 시리즈의 마지막 편을 작성하면서, 요즘에는 사용자 경험이라는 것이 단순히 화면에서의 버튼 크기, 폰트 크기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용자들은 점점 더 ‘고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들의 팬이 되어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렇게 ‘고도화된 경험'과 ‘서비스의 특색'을 살리는 요소로 UX Writing 분야가 부상하고 있는 것을 느꼈고, 앞으로는 이 쪽 분야에 인력과 시간을 쓰는 회사가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더 UX Writing에 신경 쓰는 서비스들이 많아지길 기대하며 이번 시리즈 마무리해보겠습니다:)
위시켓/요즘IT의 지원을 받아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