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일이 아니야
University of Queensland(UQ)에 입학허가가 나고, 비행기 표를 끊고, 다시 브리즈번으로 돌아가는 날짜가 다가오자 집을 빨리 구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나보다 먼저 가서 UQ에서 Accounting (회계학)을 전공하고 있던 친한 언니가 있었는데, 언니에게 물어보면 되겠다 싶어서 연락을 했다. 그러자 언니가 때마침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의 옆방 학생이 곧 이사를 간다며 내가 들어와도 되는지 집 주인 아주머니께 물어봐 준다고 했다.
언니가 살고 있는 집은 학교에서 버스로 약 15분이 걸리는 곳으로, 2층짜리 주택인데, 1층엔 언니와 옆방에 학생이 현재 살고 있고 2층에는 은행에서 일하는 집주인 아주머니(한국인)과 아들이 살고 있어서 늘 조용하고 위치도 괜찮은 곳이었다.
언니랑 옆에 살면서 같이 통학하고 공부하면 너무 즐거울 거 같아 손꼽아 아주머니의 답변을 기다렸는데, 아주머니도 흔쾌히 이번 학생이 곧 나가니 잘 됐다며 오케이를 하셔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듯 했다. 희영 언니와 나는 뛸 뜻이 좋아했다. 처음에 가면 동네도, 버스 노선도, 모든게 낯설텐데 언니가 있는 집에 가게 되면 너무 든든할 것 같았다. 언니도 좋아하면서 같이 헬스장도 다니고 학교도 다니면 즐거울 거 같다고 나만큼이나 기뻐해 주었다.
부산 출발, 홍콩을 경유해서 브리즈번으로 가는 케세이 퍼시픽의 티켓을 손에 들고, 짐도 싸고, 이제 출발하는 일만 남아서 날짜만 카운트다운하며 지내던 나날이었다.
갑자기 희영언니한테 급하게 연락이 왔다.
-켈리야, 너 집 딴데 알아봐야겠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너 방에 원래 살던 학생이 예정보다 며칠 빨리 나갔거든? 그러자 집주인 아줌마가 너 올때까지 시간이 많이 뜬다고 너 못 기다리겠대!!!
-세상에.... 나 그럼 어떡해?? 언니가 말 좀 해줘보면 안돼?
-벌써 했지! 너 여기 올거라고 집도 안 구했는데 갑자기 그러면 어떡하느냐고! 근데 들은 체도 안해.. 어떡하냐 미안해서..
-언니가 뭐가 미안해... 근데 집주인 아줌마 너무하다... 갑자기 오지말라 그러면 나는 어떡해 진짜
-그러니까 나도 너무 당황스럽다 정말!!
정말 큰일이었다. 출국 날짜는 코앞인데, 집까지 다 정해지고 아무 걱정 없이 있었는데 갑자기 집이 없어진 상황. 부랴부랴 다른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지만 너무 촉박한지라 친구들도 도와줄수가 없었고, 일단 호텔이라도 1주일 정도 예약하고 거기 있으면서 집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사이트를 열고 시내의 호텔을 보니 하룻밤에 최소 $150정도는 드는데, 보통 쉐어비가 주당 $120-130임을 고려하면 내겐 너무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가기 전부터 이 무슨 말썽인지, 난감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일이 꼬이려고 그러는지, 걱정이 되어 본격적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집들을 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