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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You Aug 03. 2019

집주인 아줌마, 별루야

갈등의 씨앗


졸지에 갈 곳이 없어졌지만, 오지 말라고 한 집주인 아줌마를 언제까지 원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임시로 있을 만한 곳을 찾고 여기저기 연락을 돌리다가, 거의 한 집이랑 연락이 닿아 웬만하면 여기로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즈음이었다.


갑자기 희영언니에게 메시지가 왔다.


-켈리야 켈리야!! 너 집 안 구해도 돼!!!

-그게 무슨 말이야?

-아줌마가 너 들어오래!!!!!!


안도감과 짜증이 동시에 밀려왔다. 도대체 뭐야, 이랬다 저랬다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희영 언니는 아줌마가 쉐어생을 구한다고 여기저기 광고를 올렸지만, 막상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없었고 보러 온 한두 명조차 시큰둥해하며 계약을 하지 않고 그냥 가 버렸다며, 1주일만 있으면 내가 도착하니까 그냥 나를 받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고 이야기를 해 줬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더 기분이 나빴다.


사람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나랑 약속까지 해 놓고 돈 얼마 더 벌어보겠다고 약속을 저버리고 새로 사람을 찾으려다가 안 찾아지니까 이제 와서 나보고 오라고 하다니. 호갱님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딱히 대안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희영언니 옆방을 포기하기가 힘이 들었다. 언니뿐 아니라, 집 근처에 헬스장부터 편의시설도 꽤 있었고 학교도 가까웠고 언니랑 아래층에 둘만 산다는 점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에 마음 같아서는 필요 없다!!! 됐다!!!! 고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고 그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시간은 흘러 출발 날짜는 금방 다가왔다. 가기 전까지는 설레기만 하더니, 막상 공항에 도착하고 비행기가 이륙하자, 온갖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때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그 일과 그 생활을 너무 좋아하고 있었다. 내가 떠난다고 몰래 깜짝 파티를 해 준 이쁜 학생들 얼굴도 하나둘씩 생각나고,  너무 좋았던 동료 선생님들과 원장님 얼굴도 생각나고, 집에 두고 온 우리 코카스파니엘 몽이도 벌써 보고 싶었다. 


학생들이 준 편지를 하나씩 읽으면서 가는데 마음이 복잡해져 오기 시작했다.


내가 어쩌자고 이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또 먼 길을 떠나고 있나.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복잡 미묘한 감정이었다. 익숙한 일상과의 결별.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았지만 그렇기는 힘들었다.


그렇게 비행기는 부산을 출발했고, 홍콩을 경유하고, 브리즈번에 다시 도착했다. 그리웠던 호주의 공기를 마시니 정신이 맑아오기 시작했다. 또 새로운 생활이구나. 정신 바짝 차리자.


언니가 적어준 주소를 들고 택시를 타고 집을 찾아갔고, 방에 도착해 짐을 풀고 잠시 누워있으니 일을 마친 희영 언니가 격하게 환영해주면서 들어왔다. 


집 안내도 해 주고, 집주인 아줌마가 싫어하는 것, 아줌마의 아들에 관한 이야기, 세탁기 사용 방법 등을 알려주었다. 저녁이 되자 아줌마도 퇴근해서 집으로 왔고, 나는 인사를 하고 이런저런 안내도 받았다. 이제 대학에 들어갔다는 아들은 인사를 하는데 대답만 하는 걸로 봐서 굉장히 내성적인 성격인 것 같았는데, 거실에 놓인 컴퓨터만 보며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다들 쉬고 있을 무렵이었다. 문득 쉐어비 생각이 나서, 준비한 쉐어비를 봉투에 넣어 2층으로 올라가 거실에서 쉬고 있던 아주머니께 갔다. 은행 계좌 개설은 며칠 시간이 걸릴 테니 도착한 날짜에 일단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미리 한국에서 준비해 온 돈이었다.


-아주머니, 저, 쉐어비 드리려구요.


 그러자 TV를 보던 아주머니는 나를 쳐다도 보지 않은 채 대답만 할 뿐이었다.


-현금 안 받아. 입금해~



안 그래도 이 아주머니... 마음에 안 들던 차에, 기본 예의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와서 이야기를 하는데 쳐다도 보지 않고 등지고 앉아서 '입금해'라니. 



그렇게 아주머니와 나는 첫날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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