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vinstyle Apr 01. 2022

발품 파는 리더, 머리만 쓰는 리더

좋은 리더 되기 시리즈 09

군대 시절이었다.

대대장이셨던 그분은 무척 소탈하셨다.

철저한 계급사회이면서 상명하복이 철칙인 그곳에서

대대장은 상당히 높은 지위였고 소대장인 나 또한 그분의 계급과 직위에 대한 무조건적인 권위를 인정하고 있었다.


훈련이 있을 때면

항상 소대 내무반까지 찾아와서 병사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주며 손톱과 발톱의 위생상태와 아픈 곳은 없는지?

휴가는 잘 다녀왔는지? 소대장인 나보다 더 세심하게  병사들을 친근하게 살펴주었다.


그분의 임무는 모든 대대원들의 건강과 무탈하게 병사들이 전역할 때까지 돌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전투력은 신체의 건강에서 비롯되고

신체의 건강은 마음의 건강이 뒷받침될 때 제대로 건강해지는 거라 하셨다. 그래서 그분은 매일같이 대대의 여기저기를 발품 팔아 다니시면서 병사들을 챙기는 것이었다.

사격훈련이 있었다.

소총도 기관총도 아닌 유탄발사기 사격훈련이었다.

사로 별로 정상적인 사격이 진행되고 있던 중에

한 곳에서 불발탄이 발생했다.

사격장 근처는 민가도 있어서 불발탄에 대한 빠른 제거조치가 필요했다. 대대엔 전담 제거반이 없었기에 전담제거반이 오기 전에 안전표식을 해 두어야 했다.


한걸음에 달려온 대대장은 이번에도 본인이 직접 조치를 하시겠다고 불발탄 낙하지점으로 들어가셨다.

오랜 경험이 있으므로 소대장이나 병사들은 따라오지 말라 하셨다.


몇 분 뒤

폭발음이 들렸다. 불발탄이 원인 모르게 터져버린 거였다.

폭발과 함께 그분은 왼 손은 잃었고 전역을 하셨다.

무척 더운 여름날 땡볕 내리던 날이었다.


나도 전역을 하고 사회로 나와 수십 명의 리더들 상사들을 만나보았다. 대부분의 리더들은 머리가 좋았다.

특히 S전자 리더들은 더욱더 머리가 좋았다.

더군다나 좋은 머리를 기가 막히게 잘 썼다.

거기까지였다.


전략을 잘 짜고 보고서도 잘 쓰고 발표도 잘했다.

다만 마음을 사로잡는 발품 파는 감동은 없었다.

소탈하고 허스름해도 한 방에 가슴을 후피고 들어오는 묵직한 감동은 머리로 리딩 하는 게 아닌 거다.


나도 리더가 되었다. 종종 대대장님 생각이 났다.

그때마다 나는 얼마나 발품을 파는 리더인가?

반성하며 부끄러워했다.


진정한 리더는 발이 닳도록 현장을 누비는 리더다!


성공의 이유도 실패의 원인도 현장에 있다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부지런한 발품을 팔 때 찾아지는 것임을 명심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스타일인가? 마인드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