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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vinstyle Apr 17. 2022

헤어질 때 보이는 리더의 본심

좋은 리더 되기 시리즈 10

반년 안에 두 번의 퇴직을 했다.


첫 케이스는 잘린 거였다. 신사업을 2년간 수행했는데 대표의 속셈은 '돈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 2년간 첫 수주로부터 20건의 조달청 공개경쟁입찰로 사업을 수주했고, 직원 한 명도 없이 혼자서 모든 사업의 세부과정을 꾸려 나가야 했다.

야근은 일상이었고, 주말에는 필기시험 운영 등으로 전국을 돌아다녔다. 수행인력 소싱과 평가위원, 출제위원, 감독관 섭외 및 고사장 대관업무 등의 수 십 가지의 크고 작은 이벤트들을 꼼꼼히 챙겨나가야만 했다.

몸은 힘든데 머리까지 쉴 틈이 없는 '머리를 쓰는 막일' 그것이 내 일에 붙여 준 닉네임이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고사장 책상 우측 상단 모서리에 수험번호가 새겨진 좌석표 스티커를 붙이고 컴퓨터 사인펜 한 자루를 놓아두는 순간이었다.


첫 케이스의 대표는 사업 중단의 이유를 '사고 날까 보아 염려되어'라고 했다. 솔직하게 '돈이 안돼서'라고 하는 게 더 인간적이었을 텐데~~~

그는 헤어질 때 본심을 감춘 거다. 그러나 그리 감춘 본심은 너무도 잘 드러나게 마련.

이 년간 사업을 수행하면서 들었던 말은 '적자' 타령이었고

나에게 지급되는 급여 및 경비는 상쇄하는 수준의 매출이익을 내었었다. 대표는 급여와 경비의 합에 70퍼센트의 공통비를 더해야 손익분기점이라 했다.


직원도 몇 안 되는 회사에서 70%의 공통비 적용???


그  대표와는 인연을 단절하기로 했다.

두 번째는 몇 주간 고민 끝에 자발적 퇴직을 했다.

이 년간 사업을 수행하는 나를 지켜본 젊은 대표는 함께 일할 것을 제안했고 흔쾌히 합류했다. 비교적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조직이었지만 사업의 성과를 내어 회사를 성장시켜 볼 계획이었다.


전문인력의 수와 사업실적과 수행 노하우 등이 경쟁입찰에서 주요 평가항목인 대행사업에서 새 직장은 나름 상위 업체 중 하나로 포지셔닝하고 있었다.


대형 경쟁사와의 경쟁 싸움에서 다윗의 돌팔매 같은 한 방이 필요했고, 우선 세 가지의 추진과제를 정했다.

1. 기존 제안서 내용과 디자인 업그레이드

2. 잠재 공공고객에게 대행 시스템 홍보와 판매

3. 회사 홍보를 통한 신인도 높이기


삼개월간 제안서 고도화에 몰입했다. PPT 레이아웃 정하기, 칼라박스 및 폰트 사이즈 규정, 구역 나누기 등의 템플릿 개선과 동시에 고객 요구를 만족시키고 경쟁사 대비 차별적 강점이 돋보이게 소구 할 콘텐츠 작성에 집중했다.


제안처의 숫자가 증가할수록

제안서의 틀과 내용들은 달라졌다.


기존 제안서의 좋은 내용들은 커스터마이징 수준으로만 손대어 소구점을 훼손하지 않았고, 고객 사업 및 현안 등에 따른 맞춤형 신규 내용들을 추가해나갔다.


두 번째 달부터 수주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의 40퍼센트 정도의 수주가 삼 개월째 달성되었다.

그런데 아쉬움과 답답함은 계속 커가기만 했다.

기존 고객 수주는 재수주 확률이 높았으나 시장에 쏟아지는 중대형 신규 고객 수주는 번번이 탈락의 릴레이가 계속되었다.

점점 나의 일에 대한 성과 미흡에 대한 자책감과

중대형 신규시장의 단단한 벽은 회사 내 나의 존재감을 점점 작아지게 만들었다.


퇴사를 결심했다.

사업의 확장을 기대하고 스카우트해 준 대표의 배려에 대한 기대 부응이 되지 못함이 첫 번째 이유였고, 물리적인 내 나이를 비추었을 때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없을 것 같은  객관적인 판단이 두 번째 이유였다.


퇴직 의사를 표명하자 대표는 나에 대한 지원과 배려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오히려 미안해하였다. 고마웠다.

말 한마디에 리더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대표는 어쩔 수 없이 냉정해야 합니다! 사업의 본질에 충실하고 사업의 성과에 적합한 결과를 내지 못하는 구성원에게 마음씨 좋은 대표가 되면 곤란하지요. 대표님은 선한 마음을 갖고 계시지만 경영에서는 효율과 성과중심으로 단호한 결정과 실행을 하시는 게 옳은 겁니다.

지금 제 자리에는 저보다 젊은 마케터가 있는 것이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니 저의 퇴직 후 새로운 구성을 하시지요. 저는 지금 그만두는 것이 대표님과 차후로도 서로에게 유익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것은 대형 경쟁사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의 구체화를 도출 못하여 신규수주가 저조했던 점입니다. 결국 제 역량의 부족함인 거라 봅니다."


퇴직은 마무리되었고 대표는 자신의 부족함으로 나를 불편하게 한 것 같아 죄송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고

점심식사로 송별에 준하는 리더 세 분과의 자리에서 코냑 한 병을 선물해 주었다.


보였다.

대표의 선한 마음과 사람에 대한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는 진심이~~


그와는 앞으로도 인연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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