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vinstyle Apr 21. 2022

철쭉 예찬

14일간의 휴가 넷째 날

4월이면 들이며 산이며 동네 여기저기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이 철쭉이다. 개화시기가 4월부터 6월 사이이기에 해마다 봄이 성숙했음 철쭉을 보고 확인하곤 했다.


봄의 꽃 전령 삼총사는 매화, 벚꽃, 개나리이고 삼 형제는 진달래, 개나리 그리고 철쭉이다. 가장 먼저 매화가 고귀하고 도도한 짙은 향기와 함께 멍울을 피어 올리고 수줍에 작은 멍울 다발다발 맺다가 온통 핑크빛으로 하늘을 물들여 버리는 벚꽃이 뒤따른다.


뚝길에서 도로 가 언덕 위에서 심지어 집 앞 흔한 마당에서 쑥쑥 길고 가는 가지 룰 키어 올리던 개나리는 군락을 이루며 노란 리본 들을 한가득 흔들어준다.


봄을 알리는 전령들임에 틀림없다.

올 해는 이들을 시기에 따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살면서 꽃 울 찬찬히 들여다보고 잠시 멈추어 삶을 비추어 보고 가진 것 없어도 행복하고 삶에 용기를 가진다.


학교 안 주변을 돌다가 화려하고 익숙한 색이 어우러진 화단에 눈이 갔다. 철쭉이었다. 깔끔하게 하얀 얼굴에 소박하기도 화사하기도 한 화이트 철쭉꽃이 가득했다.


한 두 송이가 아닌 그들은 사이좋은 친구들처럼, 친근한 이웃들처럼 어울려 환하게 어우러져 피어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향을 맡아보기로 했다.


향은 없었다.


그랬다. 철쭉은 향기로 존재알리는 꽃이 아니라 그저 피어있으므로 보이는 것이 전부인 꽃이었다.


살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비치어진다는 것에 자칫 소홀할 수 있으므로 나는 타인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 챙겨볼 일임을 철쭉에게 배웠다.

꾸밈없이 의도 없이 자연스러운데 기교를 부리지 않았는데 그저 꽃잎 모양과 색깔만으로 예뻐 보이는 철쭉처럼 날 것의 아름다움과 진지함이 내게서도 나오길 소망해본다.


흔히 볼 수 있지만 눈길 잡고 봄의 생동감을 선물하는 철쭉. 매일 마주치는 또는 가끔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매년 봄이면 기분 좋은 점잖게 예쁜 철쭉 같은 편안한 사람이고 싶다.


철쭉은 지고 또 여름이 오겠지만 내년 이맘때 또 여전할 철쭉을 예찬한다.


작가의 이전글 바람은 소리로 듣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