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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vinstyle Apr 24. 2022

시집갈 딸과 데이트

14일간의 휴가 다섯째 날

내일은 딸의 결혼식.

오랫동안 미루어 왔던 딸의 직장 점심시간을 이용한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필기 고사장에 데려다주며 취업 응원을 한 적이 벌써 6년 전.

딸은 어엿한 중고참 직장인이 되었다.


입사지원서 작성 시 함께 고민하고 적어보던 추억이 생각났다. 대졸 신입 공채응시여서 경영방침에 맞춘 업무계획에 대한 포부를 작성하는 것에 딸은 어려움을 느꼈고, 사회생활 좀 한 아빠 찬스로 내용 작성에 도움을

조금 주었었다.


서류, 필기, 두 차례의 면접 끝에 딸은 합격했고

전형 통과 때마다 합격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최종 합격 후에 걸려온 딸의 전화기 너머로

울먹이며 " 아빠. 나 00 공사 합격했어. 혹시 안될까 봐 그동안 말 안 하고 시험 치르고 다녔어"라고 말했었다.

1년여간의 계속되는 최종 불합격에 딸의 상심이 컸을 텐데

오히려 아빠의 염려를 덜어주려 했던 대견한 딸이었다.


11시 40분

과천 00 공사 00 본부 건물 앞에서 딸을 만났다.

회사 유니폼을 입은 딸은 환하게 웃으며 반겨 주었고

예약한 초밥집에서 우아한 식사를 나누었다. 내일 있을 결혼식 프로그램 얘기와 사전 준비할 것들에 대해 확인하고 서로 울지 않기로 다짐도 했다.


카페로 자리를 옮겨 나란히 앉아 사진을 찍었다.

팔짱을 끼고 환하게 웃으며 오랜만에 부녀의 정을 나누었다.

내일이면 시집갈 딸을 옆에 두고 함께 하는 것도  앞으론 어렵겠다 싶으니 표현 못할 먹먹함이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던 딸이 이젠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있고 내일 결혼식을 앞두고도 조바심이나 초조함이나 두려움 전혀 없이 평안한 모습이 퍽 기특하고 고마웠다.


'딸아. 고맙다. 잘 커주었다. 행복하게 잘 살거라. 사랑한다'

속으로 되뇌면서 따뜻한 커피와 함께 감사와 축복을 살며시 전해 주었다. 딸과 행복한 데이트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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