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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vinstyle Apr 24. 2022

딸은 아빠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14일간의 휴가 여섯째 날

6개월 전에 잡았던 그날이 왔다.

너무 빨리 왔다.

딸이 결혼하는 날이 온 거다.


대부분의 아빠들이 운다던데~~~

기쁜 날 왜 울까?

궁금해하면서 결혼식 준비를 해왔다.


인생에 혼주는 처음이고 딸 출가도 처음이라 여간

어색하지 않았다. 딸이 기획한 결혼식 프로그램 중에 아빠들의 축사 시간이 있었고 그것을 대비한 준비를 했다. 처음에는 말로만 하려고 글을 썼다.


요즘 트렌드는

짧고(2분 내로)

재미있고 (유머 코드로)

간결하게 (했던 말 또 안 하기)를 따라야 했다.

결혼식장에서 사용하지 못한 축사 초안

딸아!

오늘은 네 살 미나공주가

"난 커서 시집 안 가고 아빠 옷 빨래해주고 아빠랑 살래" 했던 약속을 깨트리는 날이구나.

딸아!

오늘은 어른이 된 김00

"내 짝은 나보다 키가 더 크고 착해야 해"라고 했던 꿈을 이루는 날이구나.

딸아!

오늘은 혼자가 아닌 둘이 함께 인생의 여정을 가겠다고 약속하는 날이구나.

오늘의 언약이

딸과 키 크고 착한 몸짱 사위의

인생길  바탕 돌이 되어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함께 일하고, 함께 쉬면서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살기를 바란다.

(중략)

결혼식장에서 사용한 축사

딸아.

요즘 결혼은 애국이라고 하더라.

애국지사 가족으로 만들어주어 고맙구나^^

기왕에 결혼한 거 2세도 보거라.

다만, 너무 빨리 할아버지가 되고 싶지는 않는구나^


사랑의 유효기간은 삼 년이라고 하더라.

너희는 삼십 년을 삼 년같이 살거라

삼십일 년 후에 혹시

부부싸움을 혹시 하게 되면 열정을 다해서 싸우거라.

관심과 애정이 있다는 증거다.

그 열정으로 무조건 행복하게 건강하게 살거라!

결혼선물로 사진 편지를 준비했다.


울지는 말거라.

예쁜 화장 다 지워진다^^

결혼을 축하한다!

딸 사랑한다!

사진 편지를 영상으로 대형 스크린에 비추었다.
물론 애절하고 감미로운 BGM은 기본으로 깔고...

영상이 돌아가는 2분 26초 동안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
딸을 시집보낼 때 아빠의 눈물 이유를 찾았다.

키워오며 못해 준 것만 같은 미안함
더 애정을 주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
아빠의 옆에 계속 있지 못하는 딸에 대한 허전함

웨딩드레스를 입은 딸이 너무 예쁘고 귀해서 운다...

사진영상 몇 컷

딸과 사위의 행복을 축복한다. 사랑한다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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