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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vinstyle Apr 25. 2022

어머니의 뒷모습

14일간의 휴가 일곱째 날

손녀딸 결혼식에 오신 어머니를 모시고 백범 김구 선생님 묘소로 아침산책을 갔다. 어제 있었던 딸의 결혼식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면서 결론은 딸이 아깝다는 걸로 마무리하신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손수 딸처럼 거두어 오신지라 손녀사위 욕심을 좀 내셨던 거다. 어르신들의 삶은 부족함의 일생이 일상적이셔서 돈 많은 집안, 돈 잘 버는 손녀사위, 상대적으로 좋은 학벌, 권력이나 권위를 연상하는 직업들을 바라신 거다.


나이가 더 드시면서 오히려 어머니는 고집을 버리신다. 잘난 손녀사위 욕심을 내려놓으시고 착하고 성실하고 믿음직한 소방관 손녀사위가 마음에 드시는 걸로 결론 내셨다.


손녀가 좋다는 것을 받아들이시는 거고

손녀가 현명하기에 올바른 선택을 한 거라고 인정하신 거다.

손녀에 꼼짝 못하시는 것이 어머니의 애정방식이므로 ..


걷다 보니 김구 선생님 묘소로 왔다. 어머니는 기도로 참배의 예를 갖춘다 하신다. 독립운동 지도자의 묘소 앞에 선 어머니의 뒷모습에서 독립투사의 데자뷔가 그려졌다.


우리 시대의 모든 가난한 어머니들은  '희생'의 일생을 살아오셨다. 그녀들은 먹지 않고 우리를 먹였고 그녀들은 중졸이면서 우라는 대학까지 졸업시켰다. 그녀들은 사치를 몰랐으며 여행은커녕 휴식도 몰랐다.

자녀 독립운동의 위대한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였다.


어떤 날은 쌀이 없었고

어떤 날은 전기도 끊겼고

어떤 날은 연탄가스가 새어 형제와 어머니 모두 중독으로 고통스러웠던 이후에도 그날 오후 어머니는 일당 아르바이트를 다녀오셨다.


힘들다고 눈물을 보인 적도 없었다.

매일 우리가 보이지 않는 것에서 우신 건 어머니의 눈이 항상 부어있음을 상기해보면 안다. 그렇게 자녀 잘 살게 하려는 독립운동을 30년 아니 40년은 족히 하셨다.


묵념의 참배를 올리는 어머니의 뒷모습에서 그 작은 몸에서 항공모함만큼 큰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제는 뵐 때마다 더 작아지는 어머니의 체구가 마음 쓰이며 미안함을 위대한 희생과 헌신으로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주신 감사함으로 대체하며 위안으로 도닥인다.


어머니의 참배 기도에는

손녀딸이 돈 많이 벌고 잘 살라는 기도를 하셨음을 안다. 진심을 다해 빌었음을 느낀다. 아들에 대한 사랑을 내리사랑으로 손녀딸에게 주셨으므로...


어머니의 작은 등에 온 우주를 품은 위대한 독립운동에 감사한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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