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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vinstyle Mar 01. 2024

영혼 없는 메아리

회사문화 답사기 15

B2B 방문영업의 첫 장면에서 신입 세일즈맨은 고객에게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곤혹스럽다.


특히 말수가 그다지 없이 조용한 성품의 소유자라면,  불쑥 올라오는 낯가림과 함께 고객대면에서

대화의 리드를 풀어내기 위한 한 마디가 무엇이어야 할지 당황하게 된다.


잘 알고 지내는 친구와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일상에서 마주치는 타인에게 길을 묻거나, 서로에게 부담이 없는 용건에 대한 말을 건네는 것도 아니기에


세일즈를 목적으로 찾아 가 처음 보는 타인(고객)에게 대화의 첫마디를 자연스럽게 건네는 것은 낯설고 두렵기도 한다.


신입세일즈맨이었던 나는 영업교육 때 배운 대로 방문현장에 다음과 같이 적용해 보기로 했다.


정중한 인사와 함께 명함 건네기와 고객의 명함 받기(명함 없다면 뒷면에 적어 달라 하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오 분만 시간을 주시겠습니까?”라는 말과 함께 고객 옆에 착석하기 (의자가 없으면 다른 공간에 있는 빈 의자를 끌어와서라도 앉기)


‘관성(慣性)의 화법’ 사용하기 : 고객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대화분위기를 편하게 만들기


교육시간에 ‘관성의 화법’에 대해서는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했다.


‘관성(慣性)’ 이란 사전적으로 해석하면 [물체의 통성(通性)의 하나. 물체가 외부의 힘을 받지 않는 한 정지 또는 운동의 상태를 지속하려고 하는 성질. 타성(惰性)]이니


‘관성을 이용한 화법’ 이란 세일즈맨이 고객과의 첫 만남에서 상호 어색한 분위기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고, 세일즈 목적의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대화의 지속상태’를 만들기 위해 건네는 ‘인사말, 칭찬, 소감이나 느낌, 기타 자유로운 한 마디’인 것이었다.


신입 세일즈맨인 나는

새로운 고객과의 만남의 횟수도 많지 않았고,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어 본 경험도 부족했던 터라 신규고객 첫 대면을 할 때마다 ‘관성의 화법’을 유지하기 위한 유효한 첫마디의 말을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였다.


고객을 대면하기 전에 이런저런 인사말이나 소소한 칭찬이나 공통의 대화 소재가 될 것 같은 뉴스들로 고객에게 건네 보는 ‘대화의 기술’을 연습하였다.


그리고 실전 고객대면 현장에서 연습하고 암기했던 인사말들로 무작정 실험하면서 나를 대하는 고객의 반응들을 살피곤 했다.


“대리님! 책상이 참 멋있습니다. 저희 사무실 책상은 좁고 불편한데 대리님 책상은 참 크고 넓어서 업무 하시기 편하시겠습니다” (고객의 속마음 - 그래서? 일 많이 하라는 말인가? 웬 책상 칭찬)


“주임님! 사무실에 직원 분들도 많고 다들 활기차게 일하시는 분위기가 느껴져서 회사가 쭉쭉 성장해 가시는 것 같습니다” (고객의 속마음 – 작은 사무실에 직원이 많아서 복잡하고 불편한데…)


나는 고객이 어떤 속마음을 가지는 지 알 수는 없었으나, 대략의 표정으로 썩 유쾌하지 않거나 대화를 편하게 이어 나갈 수 있는 첫마디를 던지지 못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떤 대화의 자리든 대화의 주도를 내가 시작해야 할 때 ‘첫 한 마디’로 고객과의 공감대를 형성해 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되든 안되든 설령 무모한 실험정신에 입각한 도전의 첫 한 마디라고 할지라도, 여러 번 다양한 상황과 더 다양한 고객 앞에서 ‘첫 한 마디 풀어놓기’ 연습에 익숙해지면, 보다 쉽게 공감대 형성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찾은 ‘관성의 화법을 위한 첫 한 마디’ 룰은 다음과 같이 정리가 되었다.


원근법을 이용하기 :

고객의 위치에서 먼 곳에서부터 대화의 소재를 찾기


“대리님! 좌측 벽에 붙어 있는 액자의 그림이 참 멋집니다. 무슨 그림인가요?”


“주임님! 엘리베이터로 올라왔는데 조용하면서도 빠르게 움직이는 첨단시설이더군요”


고객의 책상은 항상 분주하고 업무와 씨름하고 생각하고,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퇴근을 기다림) 욕구가 상시 있는 공간이고, 가까운 곳 좁은 곳을 소재로 삼기보다 멀리 있는 소재로 대화를 건네 보면


고객이 말을 듣는 순간에 시선이나 생각도 먼 곳(공감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에 속마음의 저항은 없는 듯했다.


일상적인 소재를 이용하기 : 날씨, 도로사정, 누구나 다 아는 뉴스(긍정적인 것만) 등


“대리님! 오늘 날씨는 정말 덥네요. 대리님 사무실은 쾌적해서 참 좋습니다.”


“주임님! 어제 올림픽 유도경기에서 김재엽 선수가 금메달 따는 장면 보셨는지요?”


연이어 나는 “저도 이렇게 쾌적하고 시원한 사무실에서 일해보고 싶습니다. 대리님이 부럽습니다. 주임님 저는 운동을 잘 못하는데 주임님은 타고난 운동선수 체형이신 것 같습니다. 어떤 운동 좋아하시는지요?” 는 식으로


확장된 대화를 고객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화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단, 고객의 외모나 체형 등의 칭찬은 지극히 조심해서 사용하였다. 자칫 고객이 스스로 콤플렉스로 여기는 내용을 건드려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고객의 부담을 덜어주기 :

고객은 영업사원과의 만남을 대부분 반기지 않는다. 특히 지금 당장 고객이 구매검토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 경우 더더욱 빨리 가 주었으며 하고 바란다. 영업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고객의 마음속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한 첫 한 마디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고객과의 대화 자리는 사뭇 달라질 수 있다.


“대리님! 하루에도 서너 명씩 저같이 낯선 영업사원들이 방문해서 힘드신 거 압니다. 오늘은 첫인사드리는 자리니 오분 아니 삼분 안에 일어나도록 하겠습니다”


“주임님! 할 일도 많으신 데 불쑥 찾아와서 송구합니다. 제 근무장소가 고객님들의 사무실이고 고객님을 만나는 업무이다 보니 이렇게 결례하게 되었습니다. 삼분만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나는 고객의 마음을 살피며 진심을 담아서 위와 같은 첫마디를 건네고, 더욱 공손한 자세로 고객에게 집중하였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고객은 “아닙니다. 괞찮습니다. 영업하시니 이해합니다” 등으로 청년의 진심에 동조를 표시해 주었고, 이후 빠르고 정확하게 영업방문의 목적인 시장조사와 고객의 상황, 기계의 상태 등을 살피고 다음 방문을 약속하고 오분 내로 고객 사무실에서 나왔다.


‘관성의 화법’ 은 자연스러워야 하고 몸에 아니 혀에 녹아 있어야 하며, 문과 출신이 아니어도 말의 표현방법에 대한 연구는 세일즈맨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역이다.


고객에게 건네는 첫 한 마디에서 ‘공감’과 ‘공동체의식’을 형성해 주는 것이 좋으며 ‘동의’가 될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더 나아가 고객이 ‘답변’을 하게 만드는 첫 한 마디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저항 없이 이어가게 하는 좋은 대화의 기술이다.


나는 문과출신이라 어느 정도 작문에는 능했으나 작문능력만으로 영업목적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끄는 것이 아님을 알았고, 대화 상대방의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술이 아닌 진심이 담긴 대화로 시도하는 것이 바른 대화의 기술로 정의하고 다음과 같은ㅁ ㄴ장 원칙을 정했다.


시간과 상황과 장소에 어울리는 소재  찾기

(TOP – Time, Occasion, Place)


고객의 지위와 권한, 업무를 이해하기

(Buyer’s Persona)


고객의 개성과 장점을 파악하 

(고객을 칭찬할 때는 긍정적인 것, 절대 장점만 선정해야 함)


고객대면을 한 ‘나’의 진심 전달하기

(판매는 결과이고 과정에서 고객과 인격적 관계집중)


고객의 입장에서 세일즈맨을 바라보기

(가식이나 영혼 없는 첫 한 마디는 고객이 먼저 알아챈다)


나는 ‘관성의 화법’ 전문가가 되고 싶었고 세일즈에 진심인 나를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싶었다.


대화의 기술에 대한 책과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한 책을 찾아 공부하였고, 하루 온종일 반복되는 “안녕하십니까?” 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는 탈출구로 매 번 새로운 첫 한 마디를 고객에게 건네는 것으로 세일즈 토크의 루틴을 변화시켜 나갔다.


세일즈의 성공은 목적이 아니라 대화과정의 결과이며, 대화는 진심과 열정이 동반될 때 이어진다.


코로나 환경으로 인해 고객에게 말을 건네기보다 글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워진 지금에는


'관성의 화법'으로 신뢰와 친근감을 동기화하는 고객대면 첫 한 마디를 고민하는 순간들은 줄어들었다.


반면에 고객의 잠재니즈를 구체화하게 만들 수 있는 DM 카피와 USP의 전략적인 제안문 구성을 고민하고 고객의 클릭을 유도하는 디지털마케팅 기반의  문장 구성이 중요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쑥스럽기도, 자신 없기도 하지만 고객중심의 영혼 있는 메아리가 되길 바라며 현장 대면고객에게 첫 한 마디를 건네는 '관성의 화법'은 세일즈 성공을 위한 첫 디딤돌임에 분명하다.


세일즈의 달인을 꿈꾼다면, 먼저 세일즈 대화의 첫 한마디 달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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