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 울프 125 타고 전국일주 (3/7)
날이 지날수록 출발시간이 빨라진다. 잘하고 있어.
언니는 어제도 뒤척뒤척.. 누가 언니 침대 아래 콩을 놔둔 게냐?ㅎㅎ
(언니가 말했다.. 잠자리가 민감한 사람은 침대 아래 콩만 있어도 못 잔다고...)
오늘도 우린 쭉쭉 남해로 고고.
섬진강 줄기 따라 19번 국도를 따라 내려갔다.
담양을 가본 적은 없지만 메타세쿼이아 길에 버금가는 울창한 숲길이 이어졌다.
신기하게도 웅이 위에서는 표지판도 더 잘 읽게 되고, 지나가는 사람들 표정까지도 보게 된다.
오토바이는 속도감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 타는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게 맞는 적당한 속도가 얼마인지를 찾는 과정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점심은 경상남도 하동의 화개장터. 바로 너로 정했다. 동백식당.
참게는 강에서 잡힌단다. 그러구나~ 나만 몰랐니?
조영남 동상이 세워져 있는 화개장터를 살짝쿵 들려 커피를 한잔하고.. 다시 출발.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
조영남은 이 노래 하나로 하동을 구원했나 보다.
자, 이제 남해로 가볼까요?
정말 남해가 코앞에 가까워지고 있다.
고프로도 장착하고 드디어, 남해대교를 지난다.
옴마..나 진짜 왔어요. 남해를 웅이와 함께.
다랭이마을을 네비에 찍고 굽이굽이 해안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3일 만에 드디어 해안도로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히는 곳이란다.
매뉴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난, 곧잘 언니 뒤를 졸졸졸~따라가다가...
쿵! 드디어 첫 꽈당.
다랭이마을로 올라가는 흡사.. 90도로 보이는 급경사로에서 시동이 푸드드득푸득푹..콩..
도와줘요 베라리.. 차들이 쓕쓕 지나가고 웅이는 애처롭게 넘어져있고.. 난 생각보다 멀쩡하다.
이리 끌고 저리 끌어 안전지대에 도착한 언니와 나는 도로에 철퍼덕~아고고..
아무 말 없이 우린 서로 웃었다. 하하하하하하
무조건 한 번은 넘어질 거라 예상했던 게 현실이 되니..
뭐라고 할까. 우리의 여행이 제대로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픔보다 웃음이 먼저 난 건 그래서였을 거다.
힘들긴 오지게 힘들지만, 재밌을 거라던 우리의 여행 컨셉에 정확히 부합하는 사건이었다.
평지로 내려와서 정신을 차리고, 심기일전해서 다시 한번 우아아아아아앙우아앙~
오르막은 무조건 1단이다. 1단! 1단! 웅아. 신생아가 고생이 많구나.
근데 나도 좀 다치긴 했어.
팔꿈치에서 피도 좀 났는데.. 미소를 계속 머금게 되는 건...
진정한 라이더가 됐다며 축하해주는 언니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랭이마을은 역시나 인기 장소였다. 기다랗게 늘어진 차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커피숍에 들어가서 첫 꽈당에 놀란 마음 진정시키고 숙소 찾기의 시간이 돌아왔다.
숙소를 정하고 출발하면 당연히 편하고 좋겠지만,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우리가 얼마나 이동할지를 모르니 어쩔 수 없다.
따뜻한 남쪽 바다는 나의 환상 속에 있었나. 왜 이리 춥니. 덜덜덜..
콧물이 줄줄 흐르는 언니는 곧 쓰러질 기세다.
결국 남해에서 일박을 하기로 결정했다.
배가 고팠던 우린, 급한 대로 독일마을로 갔다.
피자와 샐러드로 배를 좀 채우고, 가장 가까운 준이네 게스트하우스로 예약 완료.
전기장판에 온몸을 맡긴 지금은 세상 다 얻은 느낌으로 오늘의 기억을 회기 중이다.
편의점이 5분 거리지만.. 칠흑 같은 어둠과 차디찬 바람을 맞서서 나갈 자신이 없는 우리.
일찍 잠자리에 누워버렸다. 혹시나 해서 찾은 배달의 민족에서 본 건 꾸라꾸라 치킨집뿐..
셋째 날 느낀 점
⁃ 매뉴얼 조작이 조금 익숙해졌다.
⁃ 남해는 춥다. 통영은 안 그랬던 거 같은데.. 춥다 이곳은.
⁃ 언니는 코감기 확정.
⁃ 다시 한번 느끼지만, 서울이 살기 좋다.
⁃ 첫 꽈당, 진정한 라이더로 거듭나다.
3일 이동거리 : 170 km
이 글은 2017년 4월 29일부터 5월 5일까지 6박 7일간의 여행담이다.
나의 경험이 125cc의 오토바이로 전국일주를 계획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