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차이

SYM 울프 125 타고 전국일주 (4/7)

by 기밍구우

남해의 어둠 속에서 본 드라마 터널은 정말 너무 무서웠다.

이불을 쥐어짜며 심장이 벌렁벌렁. 혹시나 해서 언니를 슬쩍 봤지만.

처음으로 침대 아래 콩이 없었던 날이 하필 지난밤이었다.

잘 자서 좋아요.. 이불 좀 덮고 자.


간밤에 차가운 바람을 너무 쐰 탓인가.

아침부터 둘 다 컨디션이 별로였다.

일단 식후경이 우선.

네이버와 다이닝코드가 일심동체로 추천하는 멸치쌈밥. 먹어보자 그래.

그래도 안전하게 분산 투자해서. 멸치쌈밥 하나, 갈치조림 하나.

20170502_112913.jpg 음식 사진은 도대체 어떻게 찍는 거예요?

멸치 진짜 크다. 으와악.

한 번의 시도로 충분한 맛이라 평하겠다.

다 먹고 가게를 나와보니, 실로 맛집임을 알게 해 주는 긴 행렬이 있다.

맛집이긴 한가보다. 난, 잘 모르겠다.


커피를 마셔도 정신을 못 차린 우리는 남해를 벗어나 대구로 출발했다.

4일 차에 접어드니, 급격히 대화가 줄고 표정에 활기가 없어졌다.

그래도 언니의 코감기는 콧물감기약이 진정시켜줘서 다행이다.


대구로 가는 길에 웅이는 언니에게 맡겼다.

매뉴얼의 세계에 오실 걸 환영합니다.


사천대교를 지나 남해를 빠져나온 우리는 지리산대로를 타고 위로 고고.

베라리를 타고 두 발의 자유를 느끼며 신나게 풀악셀!!

합천의 한 휴게소에서 아맛나 하나 먹으면서 휴식. 아맛나는 간만에 먹어야 맛나.

33번 국도를 타고 고령을 지나 대구에 금방 입성했다.

20170503_151700_HDR.jpg 이름 모를 길 위에서 잠시 휴식.

자,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대구 시내주행이다.

매뉴얼 초보에게 가장 두려운 게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오르막길 정차와 출발이라 당당히 말하겠어요.


물론, 오늘은 매뉴얼 끝장 본다는 언니의 운명이었다. 오호.. 통재라...

문제는 대구 시내가 이렇게 많은 언덕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든 코스라는 사실.

지옥 같은 시내주행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친 우리는 동대구에서 취침하기로 결정했다.

고생했어 언니. 진짜 걱정 많이 했다. 언니도 내가 뒤에 있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1493814271537.jpg 대구의 길바닥. 아이고 대다.

오늘의 잘 곳은.

방에 들어오면 인스타 하나 해야 할 것 같은 대구혁신도시 안에 위치한 인스타호텔.

근데... 이 방.. 예상보다 너무 좋은데?

이게 7만 원이라니.. 허허.. 어제 거기가 팔 만원이야... 임. 마~!

그리고 대도시답게 배달의 민족이 가능하단다. 단, 맥도날드는 빼고.. 왜 때문이죠?ㅠ

푸짐하게 막 시키거라. 어제의 결핍은 오늘의 과욕을 초래한다.

아웅.. 맛나라 맛나. 죠스떡볶이와 롯데리아라니.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는 완벽한 저녁이었다.


대선 토론회를 보며 간만에 여유로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언니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콧물감기약을 흡입하고 일찍 침소에 드셨다. 오늘은 이불 덮고 자.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우린 왜 여유가 없지?

오늘도 무사 운전 성공이다. 굿나잇.


넷째 날 느낀 점

⁃ 베라리는 윈드실드 꼭 필요함. 앞에 면적이 넓어서 웅이와 다른 차원의 바람세기다.

⁃ 대구는 언덕 동네다. 초보 라이더에겐 무서운 도시다.

⁃ 베라리로 앞에서 운전하다 보니 사방을 다 봐야 해서 정신없다. 선두의 어려움.

⁃ 역시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봐야 한다.

⁃ 정차만 했다 하면 언니 걱정. 언니만 계속 찾게 됨. 잘 오고 있는 거지?

⁃ 잠자는 언니 베개 옆에 휴지가 없는 걸 보니, 콧물감기약 효과 좋다.

⁃ 모텔의 VIP실은 웬만한 호텔보다 훨씬 좋다.

⁃ 혁신도시는 왜 만들었을까? 모텔촌이다.

4일 이동거리 : 183 km


이 글은 2017년 4월 29일부터 5월 5일까지 6박 7일간의 여행담이다.

나의 경험이 125cc의 오토바이로 전국일주를 계획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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