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몰라도 된다. 잘 몰라야 된다.

SYM 울프 125 타고 전국일주 (7/7)

by 기밍구우

만석 닭강정을 뒤로 한채, 홈~ 스윗홈이 기다리는 서울로 가자.

마지막 날이라니. 이 날이 오다니.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고 출바알~

대장정의 마지막 목적지. 리버하우스로. 서울 서울 서울~아름다운 이 도시~


미시령 고개를 지나 소양강변에 위치한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가졌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콧노래 소리.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역시나, 언니였다. 흥이 있어 흥이. 노동절 가요제 은상 출신답다.ㅎㅎㅎ


강변에 웅이와 베라리를 잘 세워보고, 이번 여행의 프로필 촬영을 진행했다.

카메라 각도를 잡아보고, 타임랩스도 눌러보고, 자리를 옮겨보고.. 마침내 힘겹게 나온 결과물.

20170505_122349.jpg 둘 다.. 몰골이 말이 아니다.

강원도에 접어드니 오토바이 무리들이 많아졌다.

다들 어디 계셨던 건가요. 반갑습니다. 여러분.

자, 이제 정말 서울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강원도를 지나, 경기도로 들어오니 양평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쯤부터인가 한 대의 오토바이가 우리를 따라오는 걸 느꼈다.

갓길에 잠깐 세워도 뒤에 서고, 비상등까지 켜고 호위 아닌 호위를 해주는 저분은 누구지?

잠시 쉬는 시간, 뒤에 있던 분이 다가와서 말을 건다.

사천에서 우리를 봤다는 이 분. 우린 사천이 어디인지도 모르는데....ㅎㅎ

아무튼, 혼자 전국일주를 하고 있다는 이 분은 그 간의 여행 동안 많이 외로우셨나 보다.

편의점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고맙게도 우리를 이륜관까지 호위해주셨다.

스치 듯한 인연으로 사진을 하나 남겨주시기까지...

1493990268674.jpg 여행 잘 마치세요~담에 둘이 가세요. 저희처럼.

오후 6시쯤 드디어 우리는 성수동에 도착했다.

주차를 완료하고, 모든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언니와 나는 서로 부둥켜안으며 이번 여행의 무사귀환을 축하했다.

우리가 정말 해냈다! 6박 7일간의 전국 팔도 오토바이 일주를...

함께라서 고맙고, 잘 버텨줘서 고맙고, 다치지 않아서 고맙다.


주변의 모든 이들이 걱정을 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290 km에 달하는 거리를 완주했다.

하루 평균 184 km를 달린 셈이다.


사실 난, 이번 여행을 완주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기마부대처럼 이동만! 하는 여행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일어나서, 달리고, 쉬고, 달리고, 먹고, 달리고, 쉬고, 자고..


쉬는 시간은 피곤함에 지쳐 서로 대화할 시간이 없었고,

새로운 도시에 도착해도 다음 이동을 위해 관광을 할 수도 없었고,

달리지 않는 저녁 시간에는 노곤한 몸을 침대에 눕히느라 여유를 즐길 수 없었다.

마치, 15세기 항해사가 대륙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일 없이 떠다니는 해초를 보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게 계속 전진. 고도 변화 없음.


그런데도 이번 여행이 좋았느냐 묻는다면..

물론! 아주 좋았어!라고 답할 것이다.

여행은 목적지가 없어도 그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알았다.

아아. 여기다 싶은 곳에 정차하면 그걸로 됐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사실은 조금 달라졌을 것이다.

소소한 장면이 문득문득 여행의 기억을 소환할 것이고,

아, 그날은 이걸 했었지,라고 오늘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게 될 것이기에.


마지막 날 느낀 점

⁃ 무식하면 용감하다.

⁃ 아스팔트 위는 정말 덥다.

⁃ 당분간 오토바이 안타도 될 것 같다.

⁃ 매일매일 잘 곳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 나, 살아있지?

⁃ 다음엔 여유 있는 오토바이 여행을 가자.

⁃ 고배기량은 필요 없을 것 같다. 나에게 적당한 속도를 찾았고, 웅이면 족해.

7일 이동거리 : 208 km

총 이동거리 : 1290 km


이 글은 2017년 4월 29일부터 5월 5일까지 6박 7일간의 여행담이다.

나의 경험이 125cc의 오토바이로 전국일주를 계획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사실 잘 모르고 출발해야 완주한다. 우리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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