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셀프 세차장이 생겼다. 오픈 기념으로 150퍼센트 카드충전 이벤트를 하고 있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구입한 지 1년이 다 된 미니는 아직도 기계 세차를 경험한 적이 없다. 행여 흠집 하나 생길까 애지중지다. 세차 따윈 관심도 없었지만 미니를 구입하고 난 후 조금은, 아니 많이 달라졌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미니답게 구석구석 먼지들이 잘도 스며들었다. 그래서 섬세한 세차가 필요했다. 출장 세차도 불러보고 지인이 추천한 손세차장에 맡겨도 봤지만 늘 부족했다. 그렇게 난 셀프 세차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얼마 전에는 세차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준 사건도 발생했다. 사건 개요는 주범인 후배의 반성문으로 대체한다.
원주로 향하는 길이었다. 같이 탄 일행은 뒷자리에서 잠이 들었고, 조수석에 앉은 나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운전에 대해 하나도 모르지만, 조수석에 탄 사람에게는 암묵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운전자가 졸리지 않게 말 걸어주기, 드라이브에 어울리는 노래 선곡하기, 간식 먹여주기 등 말이다. 30분도 지나지 않아 할 말은 동이 났고 스마트폰은 내비게이션 역할에 충실한 중이라 다른 기능은 손도 대지 못했다. 잠들 수도 없었다. 그건 정말 비매너라고 귀동냥으로 들었으니까. 순간, 출발할 때 가방에 넣어둔 새콤달콤이 생각났다. 운전을 하는 선배에게 몇 개 쥐여줬다. 그러다가 하나를 흘렸던가?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행에서 돌아온 날 밤, 사진 한 장을 받았다. 배경은 화장실, 주인공은 자동차 매트, 그 위에 살포시 보이는 여기저기 엉겨 붙은 의문의 흰색 물체. 이어 식용유와 얼음을 동원해 매트를 세탁한 선배의 분노가 담긴 메시지가 도착했다. 참사 후 일주일이 지났다.
약속했던 손세차 벌은 아직 이행하지 못했지만 그간 진실한 사과와 반성의 모습을 보여드렸다. 참고로 그 뒤로 선배 차를 얻어 탈 때면 발도 털고 탄다. 더 좋은 동승자가 되기 위한 노력은 아직 진행 중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후배는 매일같이 내 차를 타고 있고, 여전히 차에서 새콤달콤을 즐겨 먹는다. 후배 덕분에 알게 된 세차 팁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얼음 서너 개를 비닐에 담아 흔적이 묻은 곳에 비벼준다. 그러면 얼마 후 찌꺼기들이 응고되면서 떨어지기 시작한다. 남아 있는 흔적은 식용유를 묻힌 칫솔로 말끔히 제거할 수 있다. 후배야, 오늘 먹을 새콤달콤은 무슨 맛이니? 마음껏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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