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만의 집
지하철 역을 벗어나 골목길로 한참을 들어온 동네였다.
콘크리트 건물 사이사이 함석으로 된 낡은 지붕들이 눈에 띄었다.
전깃줄은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담벼락 위로는 화분과 고양이가 보였다.
옛 마을의 풍경이 도시 한가운데 남아 있는 듯했다.
“좀 외져 보여도 조용하고 좋아요. 아직 개발이 덜 돼서 그렇지, 살기엔 그만이에요.”
김대리의 시선을 알아챈 사장님이 풀이 웃자란 낡은 집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언덕 끝자락에 도착했을 때, 새로 칠한 하얀 벽이 시선을 끄는 작은 다가구 건물이 보였다.
외벽에는 ‘지원이네’라는 글자가 돋을새김으로 달려 있었다.
주인집 아이의 이름이리라.
김대리는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여기예요. 저한테 열쇠가 있으니 들어가 보시죠.”
건물 1층에 위치한 길쭉한 모양의 예닐곱 평 짜리 원룸.
부엌과 이어진 거실 겸 방이 생활 공간의 전부였지만, 벽지와 장판은 새 것 같았고 세탁기와 냉장고까지 옵션으로 있었다.
신혼 부부가 살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김대리는 방 안을 둘러보다 희윤에게로 시선을 옮기면서 물었다.
“어때? 오피스텔보다는 여기가 훨씬 나은데?”
“맞아 오빠. 밖으로 통하는 창문도 있고 빨래를 널 수 있는 작은 베란다도 있어.
부엌도 밥 해 먹을만 하겠는데?”
희윤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더니, 이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신이 담긴 그 미소에 김대리의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
드디어 두 사람의 첫 보금자리가 정해졌다.
부동산 사장님이 내민 계약서를 받아 든 둘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회사에서 수없이 보아 온 계약서보다 훨씬 단순한 내용이었지만, 자신들의 이름이 찍힌 계약서는 처음이었다.
“두분 너무 보기 좋아요. 나중에 더 큰 집으로 가실 때도 저한테 오셔요.”
종이에 도장을 찍는 소리가 ‘딱’ 하고 울리자, 지난 수개월간의 결혼 준비가 하나의 방점을 찍는 듯했다.
작은 원룸 전세이지만, 이제는 분명히 둘만의 집이 되었다.
희윤이 김대리의 손을 꼭 잡았다.
“오빠, 기분이 이상해.”
"이제 둘이 같이 사는거야."
그 순간 김대리는 눈앞에 길이 환하게 열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남들과 다르게 출발한다는 두려움보다,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함께 나아간다는 설렘이 훨씬 더 크게 가슴을 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