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구할 수 있을까
“저 위에 집이에요. 이 동네에서는 제일 나아요.”
김대리와 희윤은 부동산 사장님을 따라 비탈진 골목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와 배어나온 땀을 식혀주었다.
벌써 몇 번째 집인지 셀 수도 없었다.
저축보험을 해지한 돈이 합쳐져, 둘의 신혼집 예산은 9천만 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회사 근처 부동산에서는 외곽이라도 1억은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발품을 팔아 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신논현역부터 출발해 공항 방향으로 걸으며 발품을 팔다가, 몇 정거장 가지 않아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둘은 지하철을 타고 공항 근처까지 간 뒤, 거꾸로 되짚으며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루가 저물어 가도록 별 소득이 없었다.
공항 근처에는 오래된 오피스텔 외에는 예산에 맞는 집이 없었고, 하나같이 승무원들을 겨냥한 듯 침대와 화장실이 전부인 방들이었다. 창문 하나 없고, 짐 놓을 공간도 없었다.
아무리 없이 시작하는 신혼이라도 식탁 하나 놓을 공간이 없고, 도마 둘 자리도 없는 집에서는 대화조차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다리가 더는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찰나, 희윤이 김대리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오빠 힘들지? 우리 저 부동산 마지막으로 가보고 오늘은 그만하자.”
희윤이 가리킨 중개사무실은 매우 작았지만 밝고 단정해 보였다.
김대리는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었다
부동산 사장님은 밝은 표정으로 둘을 맞아주었다. 김대리나 희윤보다 열 살 정도 더 들어 보이는, 환하면서도 꼼꼼한 인상의 여자 사장님이었다.
“아이고 요즘 흔치 않은 젊은 분들이시네요. 내가 꼭 집 찾아드릴게.
미래에 부자되실 분들이니 미리 잘 챙겨야지.”
사정을 듣고 난 사장님은 자신의 일처럼 반색하며 기뻐했다.
마침 꼭 맞는 집이 있다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김대리와 희윤은 기대감에 피로도 잊고 사장님의 흰색 경차에 올랐다.
사장님은 차를 한적한 골목에 세우더니, 비탈진 골목길을 앞서 오르기 시작했다.
“자 이제 다 왔어요.”
김대리는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이 집이 제발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