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115]

물건 말고 자산을

by Kema

“오빠, 이게 뭐야? 인라인 스케이트?”

“아… 한번 타보려고 샀는데….아직 새거야.”

“뭐? 바퀴에 먼지가 이렇게 쌓였는데?”


김대리의 민망한 표정을 보고 희윤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이번엔 골프채 세트가 나왔다.


“와, 이건 또 뭐야?”

“선배들이 필드 나가자고 해서… 빌릴 수는 없고 체면상 샀지.”

“근데 오빠, 비닐도 안 벗긴 채가 하나 있는데? 쳐 보긴 했어?”

“…….”



또 다른 박스에서는 전자기타와 앰프가 튀어나왔다. 희윤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폭소했다.


“이건 또 언제 샀어?”

“그냥… 나 고등학교 때 밴드가 꿈이었거든.”

“오빠, 집이 100평은 되야겠는데?”








결혼식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희윤은 김대리의 방에서 신혼 집으로 옮길 이삿짐 정리를 도와주고 있었다.


김대리가 쓰던 쓰던 낡은 붙박이장에서는 물건이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월급이 대체 어디로 갔나 했는데… 여기 다 있었네. 내가 미쳤지 정말.”









김대리는 늘 돈을 모으고 싶어했었다.


아끼고 저축해서 꽤 많은 돈을 모은 적도 있었지만, 명확한 목표가 없었던 돈은 또 금새 흩어지곤 했다.


압력을 이기지 못한 밸브가 폭발하듯, 돈을 절약하다 쌓인 스트레스가 폭발하여 쓸데 없는 물건들을 사기도 했다.


직장에서 압박을 받고, 경쟁에서 뒤처질까 불안할수록, 김대리는 순간의 구매로 자존감을 보충하려 했다. 마치 지친 마음을 단것으로 달래듯, 지갑을 열어 물건을 사 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소비는 결코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돈은 줄고, 물건은 쌓이며, 불안은 다시 고개를 든다.

공허한 삶을 바꿀 거라 믿고 산 물건들이지만, 결국은 볼 때 마다 죄책감만 들어 어딘가에 처박아버리게 된다.




모든 물건들을 비좁은 원룸으로 옮기는 일은 애시당초 불가능했다.

결국 팔 수 있는 건 중고로 처분했고, 나머지는 폐기물 처리비를 내고 버렸다.


손에 쥔 돈을 세어 보니, 산 가격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턱없는 액수였다.



“중고로 팔면 거의 돌려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깎일 줄은 몰랐어.

구입하자 마자 돈이 사라지는 거였구나.”


김대리는 깨달았다. 물건은 사는 순간부터 가치가 하락한다.


집과 땅 같은 자산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물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진다.

자동차 역시 사는 순간부터 가치가 뚝 떨어진다. 결코 자산은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아버지의 낡은 SUV 트렁크에 나머지 짐을 싣고 신혼집으로 향하며, 김대리는 생각했다.


‘이제는 물건이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우리 편이 되어줄 자산을 사야 한다’



김대리는 옆자리에 앉은 희윤을 바라보았다.

희윤은 김대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말없이 마주 웃어주었다.











이전 16화[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