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117]

목표가 있는 삶

by Kema

어렸을 때는 뭐든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TV에서 축구 경기를 하면 멋지게 슛을 때리는 축구선수가 되는 상상을 했다.

천재라고 불리우는 학생을 보면 척척 뭐든 풀어내는 멋진 형아가 되는 꿈을 꾸었다.

만화영화를 볼 때는 과학자가 되어 하늘을 나는 로보트를 만들 거라고 다짐했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생이 되며 조금씩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운동부 친구들은 고사하고 동네 축구에서도 공을 잘 차는 아이가 아니었으며,

시험만 봤다 하면 부모님께 매를 맞고 꾸지람을 들었다.

하늘을 나는 로보트는 세상에 없었고, 과학자들은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더 나이가 들자 어렸을 적의 꿈은 완전히 사라졌다.

어느 순간 대부분의 축구선수들보다 더 나이가 많아졌음을 깨닫고는 흠칫 놀라기도 했다.

태산처럼 든든하던 부모님이 갑자기 작아보였고, 삶이 얼마나 어렵고 지독한지를 배우기 시작했다.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 가능한 한 많이 벌어야 한다는 게 꿈 아닌 꿈이 되었다.




취직에 성공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지만, 결코 원하던 삶은 아니었다.

조직 안에서 인정을 받는다는 기쁨에 취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도 했지만, 김대리는 곧 깨달았다.


성공했다는 회사 임원들의 삶은 부럽지 않았고,

임원이 되지 못한 선배들은 겁에 질린 듯 눈치를 보며 살았다.


누군가 도둑질해 간 것만 같은 승진 누락 이후에는, 아예 회사에서 꿈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을 접게 되었다.



김대리는 희윤과 함께 꿈을 꾸고, 목표를 향해 걷기 시작하면서 어렸을 적의 순수한 열정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행복을 위해 모아나가는 자산.


김대리는 오래간만에 스스로가 세운 꿈과 목표를 향해 사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충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희윤은 꿈이 많은 아이였다.


밝고 귀여운 막내딸.

언제나 주변에서 귀여움과 칭찬을 받던 아이.

머리도 좋고 재능이 많은 만큼, 꿈도 컸던 아이였다.


하지만 희윤이 채 철이 들기도 전에 집안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아버지가 가장 믿던 친구에게 사기를 당했고, 아버지는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외국으로 떠났다.

어머니는 두 자매를 키우며 생계를 이어갔고, 어린 희윤은 일찍 철이 들었다. 채 여물지도 못한 꿈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희윤은 씩씩하게 자랐지만 한켠에는 꿈을 잃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공허함이 있었다.


언제나 주변을 환하게 만들어 주는 밝은 희윤이었지만, 삶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가늠하지 못하는, 조류에 몸을 맡긴 조각배 같은 상실감이 있었다.


희윤은 김대리의 꿈이 마음에 들었다.

두 사람 모두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자유.


꿈이 무엇인지 채 익기도 전에 접어야 했던 사람들이 만나, 다시 한 번 꿈을 꾸고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은 두 사람이 함께 쫓으면서 더욱 덤벼볼 만한 목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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