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이 시작되다
알차게 보낸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날, 원룸 현관문 앞에서 둘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여행의 피로보다 더 진하게 와닿는 건, 지금부터 둘이서 살아갈 날들이 시작된다는 사실이었다.
“자, 행복한 우리집입니다!”
김대리가 전세금 9천만 원짜리 원룸 현관문을 열어젖히며 활기차게 말했다.
방 안에는 결혼식 며칠 전 부터 부산을 떨며 들여놓은 세간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손잡이 몇 개가 도망간 낡은 중고 서랍장과 약간 기우뚱한 개다리소반.
구석에는 철사와 부직포로 된 장난감 같은 옷장이 놓여 있었다.
거실 겸 침실로 쓸 작은 공간에는 카펫 대신 전기장판이 깔려 있었다.
신혼집이라기보다는 대학생 자취방 같은 느낌이었지만, 손을 맞잡은 둘은 설레기 그지 없었다.
김대리가 먼저 씻는 사이 희윤은 짐을 풀고 세탁기를 돌렸다.
“희윤아, 이제 내가 할게. 씻어.”
남은 짐 정리를 김대리에게 맡기고 샤워기를 튼 희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오빠, 지금 찬물로 샤워한거야? 초겨울인데?”
“어, 나 군대있을 때도 뜨거운물 안나왔어. 사이사이 팔굽혀펴기 스무 개 씩 하면 딱 좋아. 안 추워.”
전 재산을 털어 신혼집을 얻고 결혼식을 올린 둘의 통장은 텅텅 비어있었다.
자취 경험이 없는 김대리는 가스비가 얼마가 나올지 몰라 우선 최대한 아끼려고 했던 것이다. 부모님이 아파트 관리비 문제로 다투던 기억이 났고, 한번 습관이 되고 나면 비용을 줄이는 일이 매우 고통스럽다는 사실도 그 동안의 경험으로 배워 온 터였다.
샤워와 함께 피로를 조금 씻어낸 둘은 손을 잡고 저녁거리를 마련하러 나갔다. 다행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 안에 마트 대신 조그마한 전통시장이 있었다. 두부와 콩나물을 산 둘은, 정육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우리 첫날인데 고기파티 할까?”
식당에서 삼겹살을 사먹은 적은 있어도,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는 일은 김대리에게는 낯선 경험이었다.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고기들 가운데 익숙한 삼겹살이 보였다.
가격표를 훑어본 김대리가 입을 열었다.
“와, 삼겹살이 압도적으로 비싸네. 항정살도.”
“맞아 오빠. 제일 인기가 많잖아.”
둘은 고기 한 봉지를 들고 정육점 앞을 떠났다. 손에 들린 고기는 제일 값싼 전지살이었다. 집에 오다 들른 마트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막걸리를 찾아내어 백 원짜리 몇 개를 주고 집어왔다.
“자 우리 첫날 같이 축하하자. 건배!”
김대리는 달콤한 막걸리를 넘기고 전지살을 찢어 우물우물 씹었다. 그리고 행복한 표정으로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있는 희윤을 보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소박한 만찬 앞에서도 행복할 줄 아는 고마운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고마워 희윤아, 우리는 매일 조금씩 더 행복해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