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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으로 만든 또 하나의 수익 (1)

by Kema

"뭐 그렇다면 한번 준비해 봐. 끝나면 알려주고."


고개를 푹 숙인 동료와 함께 부서장의 허락을 받은 나는 곧바로 강의 준비에 들어갔다. 신입사원 회계 교육에 사용되는 PPT와 강의 교안은, 고대 유물처럼 물려 내려오던 것이 있었다. 역대 강사 모두가 그 자료를 그대로 사용했지만, 나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 강의 교안은 지금 봐도 쉽사리 눈에 들어오지 않는 회계 기준서와 시스템 매뉴얼의 끔찍한 혼종이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신입 사원 시절 그 자료로 강의를 들으며 두 시간 내내 졸음과 싸웠던 기억이 생생했다.


당시에는 뚜렷이 깨닫지 못했지만, 강의와 프레젠테이션과 같이 대중 앞에서 하는 발표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을 나 스스로가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야만 한다는 것. 그리고 그 핵심을 청중의 배경 지식에 맞춰 어느 깊이까지 다루고, 어떻게 전달할지를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 청중과 소통하는 매개 도구인 - 강의 자료가 다른 사람의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내가 전하고 싶은 내용을, 내가 원하는 흐름과 깊이로 담은 '나만의 자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준비를 완벽하게 해도, 실제 강의와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는 보통 담대한 사람이 아닌 담에야 정신이 아득해지도록 긴장이 되기 마련이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말을 이어나가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아예 스크립트를 통째로 외우기까지 하는데, 내 경험상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강의와 프레젠테이션은 일방적인 스피치가 아니라, 청중과의 상호작용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청중의 눈빛을 읽고, 현장에서 그 눈빛에 반응해 톤이나 속도, 혹은 내용 등을 조절해나가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키워드 중심의 준비이다. 강의 전체를 꿰뚫는 '핵심'을 중심으로, 각 장표마다 해당 장표에서 내가 전달하고 싶은 키워드를 정리하는 것이다. 기억할 필요도 없다. 키워드가 프레젠테이션 장표에 띄워져 있지 않을 수 없으니까. 강의 전반의 핵심과 단단히 연결된 키워드들 위주로 각 장표가 구성되어 있다면,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확실하게 줄어든다.


또 하나, 심리적으로 큰 힘이 되는 방법이 있다. 이 주제에 대해 이 공간에서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자신감이다. 내가 강사라면 청중보다 깊이 알고 있을 거이고, 상사나 경영진을 설득하는 자리더라도 내가 준비한 사안의 디테일에서는 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여기에, 혹시 나올 수 있는 의외의 질문들과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반응을 어떻게 상대할지까지 준비한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위 두 가지만 기억하더라도, 사내 강사로써 기본 이상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


그 무렵의 나는 그 정도 수준은 되어 있었고, 부서장은 의외라는 듯 나를 바라보다가 승낙을 내렸다. 나는 실제 강연장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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