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것에 흥미와 재능이 있다고 여겨왔다. 정말이지 한치의 의심도 해본적이 없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미술학원을 오픈하고 싶었다. 그렇게 커다란 확신을 가지고 미술학원 오픈을 준비하면서 재미있게도 나는 넘어졌다. 그렇게 큰 확신이라고 했으면서 우습게도 너무 쉽게 넘어졌다. 내가 넘어짐을 인정한 그 날부터 오늘까지 나는 글도 그림도 아무런 작품활동도 하지 않고 생각해보았다. 내가 이렇게 쉽게 포기를 선언한 이유는 뭘까? 막상 시작하려니 너무 두려워서? 사실은 이걸 원했던게 아니라서? 내 능력이 부족해서? 끈기가 부족해서? 그리고 오늘 나는 작은 답을 찾은 것 같다.
" 무엇이든 그려도 돼 " " 못 그리고 잘 그리고는 없어.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돼" " 선생님은 너를 평가하지 않아. 평가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 " " 지금 하는 붓질 그 자체가 즐거우면 그거로 된거야. 그 자체로 의미있는거야 " 내가 세상의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문장들이다.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나는 진짜 아이들에게 이 얘기를 해주고싶었던 거 맞나? 사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아닐까. 평생 그림을 그려온 나로써 내 그림을 그저 즐겁게 그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하니 아이들에게 그 말을 투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아동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의미없었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진심으로 다음 세대가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아동미술 업을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그려도 돼. 그것 자체가 예술이야" "나를 찾고 표현하는 것, 작품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마" 라고 외치는 것 만이 더 나은 다음 세대를 만드는 일일까? 아무도 아닌 내가 그런 말을 했을 때 누가 들어줄까? 나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나를 찾고 표현하는 것, 작품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마" 나는 비로소 이 말을 나에게 해주기로 했다. 외치고자 하는 메세지를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더 많이 이야기함으로서 다음 세대를 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다시 반대로, 나에게 말을 건네본다.
"뭐든 그려보자. 나 스스로 그림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