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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니 좋았지 Aug 17. 2021

그림과 나.


나는 내가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것에 흥미와 재능이 있다고 여겨왔다. 정말이지 한치의 의심도 해본적이 없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미술학원을 오픈하고 싶었다. 그렇게 커다란 확신을 가지고 미술학원 오픈을 준비하면서 재미있게도 나는 넘어졌다. 그렇게 큰 확신이라고 했으면서 우습게도 너무 쉽게 넘어졌다. 내가 넘어짐을 인정한 그 날부터 오늘까지 나는 글도 그림도 아무런 작품활동도 하지 않고 생각해보았다. 내가 이렇게 쉽게 포기를 선언한 이유는 뭘까? 막상 시작하려니 너무 두려워서? 사실은 이걸 원했던게 아니라서? 내 능력이 부족해서? 끈기가 부족해서? 그리고 오늘 나는 작은 답을 찾은 것 같다.


" 무엇이든 그려도 돼 " " 못 그리고 잘 그리고는 없어.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돼" " 선생님은 너를 평가하지 않아. 평가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 " " 지금 하는 붓질 그 자체가 즐거우면 그거로 된거야. 그 자체로 의미있는거야 " 내가 세상의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문장들이다.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나는 진짜 아이들에게 이 얘기를 해주고싶었던 거 맞나? 사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아닐까. 평생 그림을 그려온 나로써 내 그림을 그저 즐겁게 그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하니 아이들에게 그 말을 투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아동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의미없었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진심으로 다음 세대가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아동미술 업을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그려도 돼. 그것 자체가 예술이야" "나를 찾고 표현하는 것, 작품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마" 라고 외치는 것 만이 더 나은 다음 세대를 만드는 일일까? 아무도 아닌 내가 그런 말을 했을 때 누가 들어줄까? 나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나를 찾고 표현하는 것, 작품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마" 나는 비로소 이 말을 나에게 해주기로 했다. 외치고자 하는 메세지를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더 많이 이야기함으로서 다음 세대를 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다시 반대로, 나에게 말을 건네본다.


"뭐든 그려보자. 나 스스로 그림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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