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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Jan 25. 2022

꿈의 해석 - 메두사, 아테나, 포세이돈, 페가수스

사주팔자 지지

  그리스 신화에서도 메두사가 지닌 사연은, 포세이돈의 욕정과 아테나의 질투가 한데 뒤섞인 치정극이다. 신화의 해석은 여성의 머리카락에 관한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에 기반한다. 유난히 매력적이었던 메두사의 머리카락이 악의 상징인 뱀으로 변한 이유는, 고대로부터 여성의 머리카락이 남자들을 유혹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웃기지. 남성의 욕망을 메두사에게 전가했다는 사실이... 그런데 그 주체가 아테나였을만큼, 여성의 관점이기도 하다는 거야. 그런데 그 메타적 관점은 남성이기도 하다는 거지. 여자들은 질투의 존재라는... 실상 어떤 면에서는 남자들이 질투 더 심하거든.


  프로이트는 메두사의 뱀을 남자의 성기에 대한 상징으로 읽는다. 하긴 그에게서는 여간하면 다 성의 상징이다. 그런데 그것이 꼭 성욕을 의미한다기 보단, 아직 문명(사회)의 문법으로 분화되지 않은 원초적 에로스인 것. 메두사의 잘린 목은, ‘거세 불안’으로 해석되는 여성의 성기다. 한 번 더 ‘번역’을 하자면 사회적 관습에 억압당하고 있는 에로스라는 거지.


  그때 메두사의 목에서 흘러나온 피에는 포세이돈과의 과거가 잉태되어 있었으니, 바로 페가수스다. 말은 포세이돈의 상징, 포세이돈은 바다의 신이기도 하잖아. 바다는 원형의 충동이 일렁이고 있는 에너지, 말은 지치지 않는 정력의 상징하기도 하잖아. 끈기 있게 새로운 시간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영웅의 시간을 서포트하는 조건들. 

  허물을 벗는 뱀의 생태를 괴이하다고 느낀 고대 인류에게, 그것은 흉측스럽거나 신령스럽거나였다. 하여 신화 속에서 악의 화신으로 활동하거나, 지혜의 길잡이가 된다. 니체의 경우는 후자를 택한다. 변화에로의 의지. 어찌 보면 질투의 희생양이었던, 메두사의 머리는 질투의 원인이었던 아테나 여신의 방패에 전리품으로 장식된다. 아테나 여신은 지혜의 신이기도 하잖아. 


  뱀이 땅을 기어다니는 모습을 천형으로 해석한 인류도 있었지만, 그런 고초 속에 지혜가 깃든다고 해석하는 인류도 있었고... 페르세우스가 물리쳐야 했던 메두사는 그런 지혜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돌로 만들어 버리는 메두사의 능력은, 그만큼 ‘무시간적’이기도 하다는 거지. 페르세우스에겐 어떤 상황에서도 통하는 무기이기도 했잖아.


  원래 능력이 출중한 이들에게는 질투가 따르기 마련. 그녀를 괴물로 만들어 버리고 싶은, 괴물들의 뒷담화도 따르기 마련이고... 그러니 너무 외로워하지는 말고, 정 성격에 안 맞으면 애써 그들에게 맞추려 하지도 말고... 원래부터 영웅과 신과 함께 이야기를 써내려가야 할 운명이니 그 질투들과 수준이 맞겠나?

  자,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사주팔자의 이미지로 풀어보자면, 메두사가 잉태한 물(포세이돈)이 지혜의 상징이기도 해.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도화나 홍염 같은 살이 있었을 수도 있지. 마침 뱀의 지지가 그런 성격이기도... 그러다 그 애정의 역학이 갈등을 빚는 순간부터 메두사로 사는 거고... 그러다 상징적 죽음을 맞닥뜨리는 사건을 겪는 거지. 페르세우스와 같은 ‘갈등’의 모습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거고... 


  그러나 결국 뱀은 허물을 벗고 날개 단 말로... 지지로 보면 뱀의 시간이 지나가고 말의 시간이 도래하는 거잖아. 니체가 말한, 그림자가 가장 짧은 정오, 스스로에 관한 오류가 최소화되는 시간. 날개를 달아도 이때 달아야 거만도 무례도 덜 하겠지.  


  어쩌다 사주팔자에 다시 꽂히는 바람에, 내가 요새 신화의 세계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 사주팔자가 은근히 <꿈의 해석>과 비슷한 면이 있다니까. 어제 이 키워드들이 등장하는 꿈을 꿨는데, 페가수스가 없네. 굳이 찾자면 꿈에 등장한 그 녀석은 양띠인데... 이건 희생과 봉사인데... 올해 변화가 있을 거라더니, 내가 플레이어는 아닌가봐. 돌아가는 상황을 봐도 그래. 페르세우스는 아니라는 거지. 그럼 아테나의 전리품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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