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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Feb 05. 2022

<슬램덩크> 채색판 - 마치 꿈인 것처럼...

<슬램덩크>  명장면, 명대사

이미지 출처 - www.sohu.com

  내 세대 중에서 이 만화를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이가 나뿐이겠냐만, 관련 저서를 출간했을 정도면, 얼마나 좋아하는 증상이겠는가? 들뢰즈에게 있어 프루스트와 같은, 정여울 작가에게 있어 헤세 같은, 나도 그런 거 해보고는 싶은데, 내겐 딱 이 수준이 맞아. 내겐 충분히 인문학적인 가치이기도 하고... 


  몇 년 전에 어쩌다 구글이미지에서 채색이 입혀진 만화 페이지들을 발견했다. 대만 쪽에서는 컨테스트가 있기도 했나 보다. 난 중국어 전공자이기도 하거든. 그런데 내가 대학교에 입학했던 때까지만 해도, 저 대만식 번체자를 함께 배웠다. 아직까지는 많은 교수들이 대만 사람이거나, 대만 유학생 출신이던 시절이라... 추억을 소재로 쓰는 글이 많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들켜버리는 나이. 그 언젠가 우리도 최신식이었는데, 이젠 누군가의 앞에서 연식을 속여야 할 판.


  그나저나 이게 뭐라고, 언젠가부터 좋아하는 만화의 채색판 이미지들을 그러모으고 있었다. 언제고 다른 포스팅을 할 때 쓸모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솔직하니 나 이런 취미 없거든. 그런데 이 만화에는 왜 이렇게 진심인지 모르겠어.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 또한, 그런 증상이기도 하잖아. 나 원래 그런 성격 아닌데, 예외적으로 진심인 경우.


  저들은 왜 저렇게 색을 칠했을까? 물론 그냥 <슬랭덩크>가 좋아서겠지. 그런 것 보면 ‘그냥’이란 단어만큼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수식어도 없지 않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것을 부득이하게 말로 표현하자니 ‘그냥’이란 단어로 밖에 대신할 수 없는... 내가 이 그림들을 모았던 이유도 ‘그냥’이다.


  "이 4개월이...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이 장면과 저 대사가 왜 그리도 아득한지 모르겠다. 그 시절에도 저 의미를 모르진 않았는데, 지금에서는 더욱 명확하고, 때로 더욱 절감하는... 꿈을 꾼 게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아득하기만 한, 과연 내가 겪어온 시간들이 맞나 싶은, 이젠 거짓말 같은 이야기들. 그냥 꿈을 꾼 것일까 싶어, 헛헛한 웃음으로 돌아보는 시간들.


  나는 원래부터 그냥 여기에 있었던 것 같은 느낌.

  그 시간들이...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14권 147페이지

  비보이 출신의 작곡가 분이,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체육관에서 옛 동작을 연습해 볼 때가 있다고 한다. 몸이 기억하는 몇몇 동작은 아직도 가능하더란다. 어제 헬스장 GX 룸에 아무도 없길래, 나도 체육관 한 구석에서 몸의 기억을 시험해 보고자, 매트 하나를 깔고서, 강백호의 저 동작을 한 번 해봤다가... 뒤통수 까지는 줄 알았잖아. 허리에 쥐날 뻔 했어. 담 왔어. 너무도 멀어진 날들이긴 하나, 나 나름 선출인데... 이젠 몸도 꿈이다.


  오늘부터는 몸을 다시 그 시절로 되돌려 보려고... 열 일곱살처럼은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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