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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Feb 10. 2022

<위대한 개츠비> - 김영하 작가 번역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토비 맥과이어

  반복하는 이야기이지만,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야 비로소 책에 취미를 갖게 된 경우라, 제목을 얼핏 들어본, ‘죽기 전에 읽어야 할’ 매뉴얼을 닥치는 대로 읽었던 시기가 있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에 이어 두 번째로 읽었던 책이 <위대한 개츠비>, 마침 번역자가 김영하 작가.


  그때까지만 해도 김영하가 누군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거. 소설 자체보다도 옮긴이의 말을 더 재미있게 읽어버렸다. 글을 참 세련되게 쓴다고 느꼈던 첫 인상. 김영하를 검색해 보니, 김연수와 박민규와 더불어 문단의 ‘젊은 작가’로 통한다는 기사가 있길래... 그때부터 이 3인방의 소설도 함께 읽기 시작했다. 


  실상 난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살인자의 기억법>과 몇몇 단편 이외에는,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에세이는 좋아하고... 어찌 됐든, 어찌 보면, 내겐 <위대한 개츠비>로부터 시작된 한 줄기의 이야기도 있는 거야.


  개츠비에게 ‘위대한’의 수식은 조롱과 역설의 뉘앙스이기도 하잖아. 불법과 편법으로 쌓은 부를 향유했던 것이니... 그런데 저자 분의 원고를 읽어보니, 다른 해석도 있는가 보다. 그 부를 쌓은 목적이 자신이 사랑했던 옛 애인에게, 그녀가 사랑할 수 있는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 미래를 꿈꾼 것이었기에...


  많은 여성을 만날 수 있을 부를 증식한 이후에도, 옛 사랑을 잊지 못하는 개츠비의 순정에 ‘위대한’ 수식이 붙었다는 해석. 물욕이 있는 사람일망정, 그녀가 사랑할 수 있을만한 모습이 되어 다시 나타난,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사랑이란 게 또 그렇잖아. 그 사람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도, 왜 반드시 그 사람이어야 하는지 모르겠는... 다른 사람으로 잊어가 보려다가도, 그 다른 사람으로부터 그 사람을 떠올리는... 그 사람의 진심이 어떻든 간에, 그냥 내가 사랑하는 것.


  디카프리오의 주연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영화. 저 유명한 스틸컷은, 자신이 매주 벌이는 파티에 참석한 이들에게 되레 개츠비가 조롱의 눈빛을 던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적어도 그는 저들과 다른 위대한 가치 하나를 지니고 있었으니까. 저들의 위선과 가식에 휘둘릴 것도 아니고, 그에겐 그 관계가 중요하지도 않았으니까. 소문이 퍼져나가 데이지가 이 파티에 와주기만을 기다렸으니까.

  이 영화에 출연한 토비 맥과이어가, 영화 바깥에서는, 어쩌면 데이지의 입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려서부터 디카프리오와는 친구였다잖아. 항상 저만치 앞서가던 친구와 동등해질 수 있었던 기회를 선사한 <스파이더맨> 시리즈. 그러나 그 성공 이후, 언론과 대중에 의해 몰락을 겪던 시기에, 디카프리오가 손을 내밀었단다.


  고맙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문제잖아. 그런데 조심스럽게 그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있잖아. 그에게 디카프리오는 그런 친구였던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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