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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Jun 21. 2021

혼자만의 사랑

인연이 비껴간 순간들

  나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은 사람의 애매한 태도 때문에, 그 사람은 모르는, 혼자 고민하던 시간들이 있잖아. 그 사람의 태도가 헷갈려 나도 애매한 반응을 돌려줬을지도, 때론 자존심이 상해 괜한 몽니를 부렸을지도... 그런데 그 사람에게도 당신이 모르는 많은 일이 있었던 거야.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심장이 터지도록 달려갔던 순간. 누르지도 못할 당신의 전화번호를 빤히 바라만 보고 있던 숱한 날들. 당신을 떠올리게 하는 모든 것들에 이 사랑을 이루어달라 기도한 매일매일.


  당신이 느꼈던 게 맞을지도 몰라. 그리고 당신이 헷갈려 하던 모든 순간에 그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야. 그런데 그 사람도 당신의 반응을 살피며 계속 머뭇거리고 있던 거지. 그 사람 입장에서도 고백이 받아들여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관계를 잃어버릴 가능성까지 걸고 다가서야 하는 문제니까. 예상치 못하게 끼어든, 그 사랑을 시기하는 듯한 사건들에 고백은 한 번 더 밀리고... 당신이 괜한 몽니를 부리던 날, 그 사람은 기상의 그 순간부터 ‘오늘은 반드시 고백해야지’라고 다짐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내 사랑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는 가능성에 대한 배려였던 거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건네받은 고백 또한 불편한 일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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