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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Feb 18. 2022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 수도원 살인 사건

아리스토텔레스와 보르헤스

  저자 분의 요약본을 읽다 보니, <인디아나 존스>의 ‘성배를 찾아서’ 편이 생각났다. 귀한 장서가 많이 보관되어 있던 베네딕트 수도원 소속의 한 수도원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다루는 소설. 기호학자이면서도 철학자이며 문인인 에코의 명성은 자자하잖아. 그 역량이 모두 녹아 있는 작품인 듯. 에코 스스로는 고전의 ‘짜깁기’라고 겸손의 말로 대신했나 봐. 짜깁기도 뭘 많이 알아야 가능한 거지.


  살인 사건의 중심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이 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책. 그리고 그 범인은 작가 보르헤스를 투영한 ‘호르헤’라는 수도사. 이 소설에서 눈이 먼 장서관으로 등장하는가 보다. 호르헤는 그 책이 기독교의 정신을 모독한다는 이유로, 아무도 읽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었던 것. 그럼에도 위대한 책이라는 사실은 인정했는지, 장서관으로서의 소장 욕심은 있었던지. 불온한 책이라면서도 불태우지 않았던 걸 보면...


  역사적으로 보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들은 이교도의 상징인 시절도 있었다. 기독교가 공인될 즈음에는 플라톤주의가 대세였다. 천상과 지상을 설명하기에는 플라톤의 이데아와 현상계가 신학과 합이 잘 맞았던 것. 현상계에 보다 중점을 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이슬람쪽에서 발전한다. 그러다가 이슬람 세력이 아프리카에서 바다 건너 스페인쪽으로 유입이 되기 시작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플라톤보다는 스펙트럼이 넓은, 백과사전식이잖아. 이런 영향은 수도원 중심으로 학문연구가 이루어지는 스콜라시대를 열고, 그 수도원들이 대학교의 전신이 된다.


  소설과 관련지어 본다면, 움베르트 에코 자신의 세계이기도 했고... 보르헤스의 도서관도 마찬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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