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편집장 Feb 19. 2022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 오컴의 면도날

박상민, <해바라기>

  ‘장미의 이름’이란 제목은, 주인공 아드소가 수도원에서의 7일간의 기록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문장에서 유래한단다. 그는 베르나르 드 몰레의 <속세의 능멸에 대하여>라는 시의 구절을 인용하는데 - ‘stat rosa pristina nomine, nomina nuda tenemus’(지난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 - 에코는 Roma를 rosa로 대신한 것이라 말했다고... 극단의 열정에 왜곡되는 기독교적 명분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을까?


  수도원에서 일어나 연쇄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윌리엄 신부는, 프란치스코회의 수도자이자 철학자였던 오컴 윌리엄을 모델로 한단다. 철학사에서 유명한 ‘오컴의 면도날’이란 이론을 정립했던 인물. 다 도려내고 남은 가장 간단한 것이 가장 본질적인 설명이라는 것. 현상의 기저에 흐르는 원리는 실상 간단하다는 것. 이 소설에서의 여러 살인 사건에 엉겨있는 복잡한 현상 이면에 자리한 단 하나의 원인이, 왜곡된 사랑이었던 것처럼...


  사랑해요. 사랑해요.

  세상의 말 다 지우니,

  이 말 하나 남네요. 늦었지만...


  문득 떠오른 박상민의 <해바라기> 가사. 돌아보면 실상 문제와 해결책은 최단거리에 놓여져 있었는데... 그렇게 둘러가고 돌아가고, 때로 닿지 못했던, 그러나 그 모두가 내 진심이었던,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사랑에 관한 모든 이야기.



작가의 이전글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 수도원 살인 사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