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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Feb 25. 2022

사르트르와 카뮈 - 앙가주망(engagement) 문학

시차적 관점

  간혹 실존철학의 카테고리로 묶는 이들도 있지만, 그 스스로가 밝혔듯 당대 실존철학의 계보들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아무래도 실존의 시대이기도 했고, 사르트르와 어울렸던 인연이 있긴 하지만, 사르트르가 담지하고 있던 다소 급진적인 마르크스주의와는 결이 맞지 않는 성향이었다. 소위 ‘더러운 손’과 ‘깨끗한 손’의 논쟁. 문체에서도 느낄 수가 있지만, 사르트르에 비하면 카뮈는 상대적으로 온건주의자였다.


  스스로를 ‘우리 같은 우익’이라고 표현하지만, 또 앙드레 말로에게는 존경을 표할 정도로 마르크스 철학 자체를 거부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단지 방법론의 차이가 있었던, 사르트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른쪽에 위치한, 지젝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차적 관점’의 결과였을 뿐,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그 우익의 성격은 아니다.


  그런 것 보면 오늘날의 우익 개념이 얼마나 왜곡된 것인가를 돌아볼 근거가 카뮈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그들에게는 좌우의 방향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하고….


  시대의 라이벌로 묶이기에 어쩔 수 없는 비교, 사르트르가 철학사의 지분을 더 많이 지니고 있는 반면, 카뮈에게는 문학사의 지분이 대부분. 문학에 조금 더 가치를 부여하는 성향이기도 했지만, 조금은 이른 나이에 사망한 터라, 더 오래 살았더라면 그의 철학이 어떻게 정리가 되었을 지는 또 모를 일...

  사르트르의 문학이 지닌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강변한다. 그에 비해 카뮈의 문체는 굉장히 유려한 것인가 봐. 사르트르는 이 점을 비판하기도 했단다. 진심 어린 비판이었을까? 진심을 들키고 싶지 않은 질투였을까? 어찌 됐든 카뮈 입장에서는 기분 나쁘지.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게 현대의 철학 아니야? 또한 문학에 대한 방향성은 같더라도 각자의 방법론이 있을 수 있는 건데... 지만 문인이고, 지 생각만 철학이야? 카뮈로선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지.


  그 유려한 미학일망정 그것을 가능케 한 삶의 시간은 카뮈가 더 처절했으니. 그에 비해 사르트르는 부르주아 출신이었지. 그리고 약간 자기 신념에 왜곡된 생각을 굽히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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