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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Mar 06. 2022

알베르토 모라비아, <경멸> - 재물운과 애정운

그 여자가 원했던 것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대신, 딴 사람이 해주길 바라는 일을 억지로 해야 하죠. 왜냐하면 언제나 돈이 문제니까요. 경제적인 문제가 우리의 일, 직업, 꿈, 심지어 사랑에까지 영향을 미치죠.”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나고 자란 터, 중등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에밀리아는 이상하게도 집에 집착한다고, 극작가를 꿈꾸는 지식인 리카르도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아내의 꿈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상업용 시나리오를 쓰게 된, 자신의 희생을 아내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럴수록 아내와의 관계는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미끄러진다.


  저자 분의 요약본이다 보니, 이 작품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밖에 느끼지 못하지만, 리카르도에겐 이상한 우월감이 있는 경우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너는 왜 나를 존경하지 않느냐’ 뭐 이런... 그럴수록 에밀리아는 숨이 막힌다. 그렇게 미끄러진 관계의 끝에서, 결국 ‘경멸’의 말까지 듣고 만다.

  어느 CF 대사처럼, 사랑만 갖고 사랑이 되니? 경제적인 현실도 무시할 수는 없지. 그러나 에밀리아에겐 교감이 더 중요하다. 그 경제적인 현실이 해소되면 그런 행복이 다가올 수 있을 거라는, 상징적 표지가 집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리카르도의 머릿속에는 집을 위해 자신이 저당잡힌 것들만 있다. 자기 정당화와 합리화로 일관할 뿐, 에밀리아가 정말로 바라고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실상 관심이 없다.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은근히 위계 의식이 담겨져 있는 것.

  저자 분이 쓴 서머리를 바탕으로 한 내 느낌이다 보니, 정확한 서평이 될 수는 없을 게다. 그런데 경제적인 이유가 아닐망정, 저런 못난 모습을 보인 경험, 다들 있지 않나? 상대에게 전가를 해야, 스스로가 정당화가 되는 거야. 그럴 수밖에 없었고, 이렇게까지 희생했노라... 실상 그 상황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던들 포기했을 것들이었는지 모르는데, 마침 전가의 대상이 있어서, 자꾸 전가를 하면서, 자신의 무력함을 위로하는 거.


  사주에서는 재극인(財剋印)이라는 말이 있어. 인(印)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때로 ‘人’으로 해석해도 된다. 재물은 인성의 문제를 극하는 것. 너무 돈, 돈 하다보면 사람을 잃기 마련이지. 물론 너무 돈을 터부시 해도 사람을 잃는 건 마찬가지고... 재물에 관한 조건과 이성운은 밀접한 관련이 있기도 해. 그런데 시간적으로 애정운이 먼저 들어온대. 사랑이 선행해야 재물운도 열리는 것. 재물이라는 것도 뭔가 다른 요소를 극하고 생하면서 다가오는 거지. 그러니 그 사람이 당신의 귀인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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