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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Jun 27. 2021

잊혀진 기억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1인 가구가 모여 사는 동네는 건물의 구조도 1인의 규격에 준한다. 다닥다닥 마주하고 붙어있는 서로의 창문 사이로, 강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는 도시가스관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다. 가스관을 시작으로 빗물 배수관에, 에어콘 냉각기에, 지상의 모든 것들에 닿아 울리는 빗방울의 그야말로 drop the beat. 본격적으로 퍼붓기 시작하면서는 ‘난타’의 퍼커션들을 떠올리게 하는, 생각해보면 실상 비가 아닌 것들이 만들어내는 빗소리.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은 잊혀진 사람이란 의미이기도 하겠지. 비가 오는 날에도 생각나는 그 사람은, 잊어가고 있거나 혹은 잊어보려 노력 중인 사람일지 모르고…. 창가에 흐르는 이 빗물을 당신도 바라보고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무뎌져 가고 있음을 아쉬워하며, 아직까지는 잊고 싶지 않은 사람일 테고…. 그 사람의 것이 아닌 일상에 와 부딪히는 그 사람의 생각으로 보내는 일상.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봄비 속에서, 여름 안에서, 가을 우체국 앞에서, 눈 내리는 광화문 거리에서,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바뀌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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