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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Mar 08. 2022

영화 <영웅>, 검법과 서법

사주팔자 물상론, 현침살(懸針殺)

  영화 <영웅>에 관한 이야기를 쓰다가 또 문득 스친... 파검(양조위)이 보낸 ‘검(劍)’이란 글자로부터, 진시황(진도명)이 검법과 서법의 같은 이치를 깨닫는 장면.


  사주학에는 ‘현침살(懸針殺)’이라는 게 있는데, 바늘을 걸고 있다는 의미는, 날카로운 물상으로 무언가를 제작하는 일에 종사한다는 것. 연장으로 제품을 만들기도, 혹은 연장으로 연장 자체를 만들기도, 그 연장으로 어떤 성과를 이루어내기도 하고... 


  붓끝으로 글과 그림을 다루는 경우도 포함한다. 미야모토 무사시가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을까? 그는 화가이기도 하잖아. 오늘날에야 글을 컴퓨터 키보드로 쓰지만, 사주학이 발전해 온 역사 속에서는 붓으로 쓰던 시절이 더 많았을 테니까. 현대적 해석이란 것도 어느 정도는 그 시절의 담론에 준하는 것. 이게 사주학에서의 물상론이라는 건데, 이 해석 정도에 따라 고수와 하수가 나뉘는 거래. 그리고 이 해석이 은근히 정신분석에서의 '꿈의 해석' 비슷하다.


  그런데 이 살이 ‘말’과도 관련이 있다. 날카로운 말로 상처를 내는 ‘설화(舌禍)’의 가능성 또한 지니고 있고... 굳이 왜 그 말까지 하는지, 말을 왜 꼭 그렇게 하는지, 도통 이해 못 하겠는 경우들 있잖아. 정신분석적으로 해석하자면, 상대방과의 관계보다도 당장에 그 말을 내뱉음으로서 내가 얻는 위안이 더 중요한 거야. 


  쇠를 어찌 정련하느냐에 따라 베는 칼이 되기도 하고, 봉합하는 바늘이 되기도 하지. 아니 칼 중에서도 사람을 살리는 칼들은 있고... 말도 그렇다는 말 자체가 진부한 말일 터. 때로 세상 이치란 게 오묘해서, 상대방에게 건넨 말을 결국 자신에게 되돌려 주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거. 그러니까 미운 상대에게 하려던 그 말, 하지마! 그냥 혼자서라도 품위를 지키는 걸, 액땜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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