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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Mar 11. 202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들렌, 프루스트 효과

추억의 크라운 산도

  ‘세기의 책’ 기획에 실으려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정리해 블로그에 게재했던 글들을 다시 조합해 각색하고 있다. 어렵게 읽은 소설이다 보니, 공부한 티를 내야겠어서 이런 저런 해석으로 분화를 시킬만큼, 애착을 갖고 있는 소설. 막상 한 편의 서평으로 조합하려니 또 쉽지가 않다. 그 정리조차 대서사이다 보니...


  커피가 떨어져서 동네 대형마트에 들를 때면, 특히나 요새 군것질 거리를 사올 때가 종종 있다. 오늘도 집어오려다가 만, 내 추억 속의 마들렌 중 하나인, 크라운 제과의 ‘산도’. 이게 일본 발음이라고 중간에 ‘샌드’로 바뀌었다가, 다시 ‘산도’로 바뀌었잖아. 그러나 유치원 시절 이후로는 어떤 이름으로도 사먹을 일이 별로 없었는데, 요새 가끔씩...


  프로이트에 따르면 맛과 향은 승화가 되지 않는 욕망이다. 그래서 비교적 예전에 느꼈던 기억의 형태와 거의 그대로 무의식에 남는단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마들렌이 그런 전제이기도 하다.


  때로 보다 강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맛과 향. 이렇듯 감각에 서린 기억과, 인식에 앞선 지각 단계에서의 해석이, 보다 본질적으로 다가가는 방법론일 때가 있다는 거. 프루스트가 사물을 대하는 방식이 이렇다. 그래서 들뢰즈가 '사인(sign)'이란 개념으로, 기억이란 내 머릿속에 저장된 것보다도 사물이 지니고 있는 것들이 더 많다며, 언어 이상의 것들을 설명하는 것. 


  어릴 적 단짝 친구의 집이 유치원 가는 길에 있어서, 친구를 불러내 함께 유치원을 갔던 기억. 그러고 보면 그 시절에는 애들을 그렇게 방목하며 키웠어도 별 탈이 없었다. 하여튼 그 집 앞 구멍가게에서 당시 50원짜리 산도 과자를 자주 사먹었다. 그 낱개 포장 안에 2개가 들어 있으니까. 누구에게 50원이 있으면 나누어 먹을 수 있었던 과자. 


  내 기억 속의 ‘최초’인 친구인데, 어쩌다 친구가 된 것인지에 대한 기억은 없다. 얼마 전에 엄마한테 물어보니... 함께 세 들어 살았던 적이 있었대. 그 주인집 형아도 그래서 알고 있던 거였어. 내 기억보다 먼 곳에서 일어난 일 또한, 아주 먼 미래에서, 산도 덕분에 알게 되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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