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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Apr 10. 2022

<초속 5센티미터>, 신카이 마코토

벚꽃과 바람

  <그로부터 20년 후> 첫 페이지에, 강백호의 일본 이름 사쿠라기 하나미치(櫻木花道)와 관련해 적어 넣은, <초속 5cm>에 관한 이야기. 이 도입부를 감안해 벚꽃 필 무렵에 출간을 계획했었는데, 또 계획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 인생, 벚꽃이 지고서 한참 후에나 출간이 됐었다.


  난 이 시기의 집 앞 풍경이 그렇게 좋다. 일본의 어느 소도시에 와 있는 듯,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함으로 흩날리는 듯한 풍경. 가녀린 봄바람 사이로 늦은 오후를 오가는 사람들. 


  신카이 마코토의 <초속 5cm>가 한 편의 단편소설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디테일함으로 정평이 나있는 화풍은 때로 ‘문체’로 다가온다. 초속 5cm, 내 인생의 속도 같기도 하다. 나는 언제나 늦었었다. 제때에 닿는 법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때론 기다려달란 말을 할 수 없었고, 때론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었고...

  이젠 내가 지닐 수 있는 여유의 속도였으면 하는, 초속 5cm. 그러면서도 언제나 뭐가 이리도 급한 마음인지 모르겠다. 벚꽃잎이 땅으로 떨어지는 속도 초속 5cm. 이는 함께였던 나무에게서 멀어지는 꽃잎의 속도이기도 하다. 이제 꽃잎은 나무의 일부가 아니라 바람의 일부다. 벚꽃이 그렇지 않나? 한 번에 터져나오는 듯한 며칠. 그리고 마지막에 바람으로 한 번 더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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