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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May 30. 2022

사르트르, <존재와 무> - 데카르트와 파스칼

타노스의 핑거 스냅

  운동은 하나의 ‘이것’이 다른 점에서는 변하지 않으면서, 오직 ‘이것’이 장소만 변화하는 것이다. 그것은 공간의 동질성의 요청에 의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운동은 현전하고 있는 존재자들의 어떤 본질적 특성에서도 이끌어 낼 수 없는 것이고, 엘레아 학파의 존재론에 의해 부인된 것이며, 데카르트적 존재론에서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저 유명한 ‘손가락 튕기기’에 의지처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만, 바로 그 때문에 하나의 사실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 - <존재와 무>, 동서문화사, 정소성 역, p362 -


  철학사에서 데카르트의 의의는, 신학의 시녀였던 철학의 독립이다. 그의 코기토(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뭐가 그렇게 대단한 말인가 싶지만, 당대 시대상을 감안할 일이다. 주체는 의심하는 존재다. 자신을 의심할 수 있다는 건, 그 생각이 신에게 종속된 것이 아니라는 거야. 그로써 모든 것이 신의 뜻대로 이루어져야 하는 신학의 세계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 것.


  그러나 누누이 지적되어 온 데카르트의 모순 역시 신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는 신에게서 나왔기에 신을 사유할 수 있다, 뭐 이런 식의 순환 논증이거든. 인용된 ‘손가락 튕기기’는 그에 대한 파스칼의 비평이었단다.


  “나는 데카르트를 용서할 수 없다. 그는 자신의 모든 철학 속에서 가능하면 신을 배제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는 세상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신에게 최조의 ‘손가락 튕기기’를 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이 끝나면 그는 더 이상 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당대 신학으로부터는 벗어나고자 했으나, 신 자체에 대한 증명은 당대 신학을 전제하고 있던 모순. 이걸 비판했던 철학자가 스피노자이기도...


  그런데 그 이야기 보단... 타노스의 행위가 왜 하필이면 손가락 튕기기였을까를 궁금해 했던 적이 있는데, 원작자의 인문학적 해석이었던 건가 하는 생각을...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기려는 이유도 꽤 인문적이잖아. 마르크스는 전쟁을 교통의 한 형태라고 말한다. 물자를 더 소유하기 위한 충돌이라는 거지. 전쟁이 인류의 에너지 균형을 맞추는 사건이었다는 말도 있으니...


  이건 그냥 내 생각. 원작자의 의도는 알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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