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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May 30. 2022

빅뱅, 이문세 <붉은 노을> - 영화 <비포 미드나잇>

그리고 어린 왕자

  영화 <비포 미드나잇>에서, 셀린이 하늘 끝으로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아직 있다’, ‘아직 있다’를 읊조리는 장면. 사랑이 지나고 있는 시각을 하루에 비유한 것일까? 한낮의 태양처럼 내내 타오를 줄만 알았던 사랑에 저녁이 찾아오고 있음을 아쉬워한 것이었을까? 아직 낮이기를 포기하지 않고 타들어가는 저 노을만큼이라도, 지금은 사랑받길 원하는 여자의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고...


  소설 원고 하나를 출간하고 싶어서, 백방으로 투고를 하던 시절에, 어떤 간절함으로 그림처럼 타들어가는 붉은 노을을 넋놓고 바라보던 때가 있었다. 세상 끝으로 지는 태양의 위치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아직 있다’, ‘아직 있다’를 읊조리기도... 속절없이 보내줄 수밖에 없는 하루하루에 대한 아쉬움의 풍광이기도...


  슬플 때면 해가 지는 풍경을 구경하고 싶다던 어린 왕자는, 어리지 않은 나이의 생텍쥐페리였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그의 나이 마흔 셋인가 넷인가에 출간한 동화이니... 북산고가 이고 있던 하늘, 워커힐 너머 잠실벌에 타들어 가던 오후, 그리고 <붉은 노을>까지. 나의 컬렉션 안에서도 차이와 반복으로 써 내리고 있었던 노을에 관한 이야기.


  그런데 내 이름의 한자를 풀면 서쪽 하늘이란 의미다. 싸이월드 시절의 계정이 westsky story 였다는 사실을 문득. 이쯤 되면 운명을 운운하기도... 하긴 대운 바뀌면서 내가 다시 사주 공부를 하게 될 지를 어찌 알았겠나. 정말로 운명이 이름을 따라가는 것인지, 돌아보니 나에 관한 것이기도 했던, 붉게 타는 서쪽 하늘에 관한 이야기.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14796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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