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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Jun 09. 2022

<러브, 데스 + 로봇> 시즌 3 ‘히바로’ 해석

오디세우스와 사이렌, <답창애>

   오디세우스와 사이렌의 신화가 스치는 에피소드. 자세히 보면, 기사들이 무력하게 끌려가는 증상이 ‘춤’이기도 하다. 얼핏 ‘빨간 구두’가 떠오르기도...


  오디세우스는 그 넘치는 영웅 기질 때문에 스스로 시련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반대의 경우. 귀가 들리지 않는 결여로 인해 오히려 화를 면할 수 있었건만, 욕심 때문에 기어이 화를 비껴가지 못한...

  그녀의 유혹은, 그녀가 욕망의 화신이란 상징성인지도... 그녀의 피로 물든 물을 마신 남자가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상징하는 바도 그런 맥락이지 않을까? 그러나 또한 그 유혹 속에도 진정 어린 사랑의 가능성이 있었다는 해석. 다른 이들과 다른 초연함에 호기심을 느낀 것이었을까? 결과적으로는 피부가 벗겨지는 모욕으로 이어졌지만... 그녀가 호기심으로 다가갔을 땐, 남자의 탐욕이 고개를 들었다.     

  연암 박지원의 <답창애>에는 이런 일화가 적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을 뜨게 된 장님이, 처음 마주한 세상의 풍광들을 즐기는 기쁨도 잠시, 막상 집으로 돌아가고자 했을 땐 돌아갈 길을 몰라 길가에 주저앉자 울고 말았다. 마침 그 길을 지나던 화담선생이 딱한 사정을 듣고 방도를 알려주니 다시 눈을 감으라는 것이었다. 결국 장님은 눈을 감고 지팡이로 땅바닥을 두드리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우리가 어떤 것에 눈을 뜨게 되는 상황을 되레 ‘눈이 멀다’라고 표현한다. 재밌지? 그것이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것밖에 보지 못하고, 실상 그 욕망의 눈으로는 그것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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