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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Jun 24. 2022

프로이트,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정신분석, 의학, 철학, 명리학

... 사람들은 급기야 정신분석의 <범(汎)성욕론>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내어 비난했으며, 모든 것을 성으로 설명하려 한다는 무분별한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다. 우리가 만일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망각하게 만드는 정서적 요소의 작용을 잊었다면 분명 그러한 세상의 비판에 놀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인간의 행동은 어느 정도 성적 충동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지적한 지 상당한 세월이 흐르지 않았는가. 하지만 전 세계의 독자들이 그런 놀라운 정보를 그들의 마음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리기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 - <성욕에 관한 세편의 에세이>, 제 4판 서문 -


  마르크스는 저 자신은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프로이트 또한 저 자신은 프로이트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진 않았을까? 프로이트도 정신분석의 성적 코드가 그런 취지는 아니었다는 말을 하고 싶어하는 거잖아. 모든 걸 남근-자궁으로 수렴시키는, 추종자들의 엇나간 충정이 문제인 거지.


  성욕이란 건, 우리 존재의 시작이기도 하잖아. 프로이트는 쇼펜하우어를 예로 들며 '어느 정도'라고 부연하지만, 니체는 더 큰 지분으로 말한다. 결국 모든 욕망이 성욕의 세포분열이라는 거야.


  명리학 공부를 하면서 더 선명해지는데, 애정운으로 설명한다면, 모든 인자는 성적 코드를 지니고 있다. 이를테면 식상/상관은 여자의 성기, 편인/정인은 남자의 성기를 뜻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이게 생리적 섹스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상징적 상황을 설명하는 것. 남자가 세운에서 상관이 있으면 여자 쪽에서 더 좋아하는 거고, 여자가 세운에서 정인이 있으면 남자 쪽에서 더 좋아하는 거고, 뭐 이렇게 해석이 돼. 그런 심적 관계가 육체적 관계로 발전하면 섹스도 할 수 있는 거지.


  라캉에게서 더 분명해지지만, 팔루스(남근)는 하나의 기호다. 의미와 해석을 담지하고 있는... 프로이트도 그런 상징성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긴 한데, 조금 더 생리학적이긴 하지. 결국 우리의 정신의 문제는 신체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는 거야. 물론 프로이트가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점들도 많이 있긴 하지만서도, 이건 후학들에 의해 많이 보완되었고...


성적 본능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는 최초의 인간이 어떻게 두 개체 - 남자와 여자 - 로 분리되었으며, 그들이 사랑으로 다시 합치기 위하여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시적인 우화에서 매우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따라서 어떤 남성의 성적 대상이 여자가 아닌 남자이며, 또 어떤 여성의 성적 대상이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 -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열린책들, 김정일 역, p20


  플라톤의 <향연>에서 아리스토파네스가 성별의 기원을 설명하는 부분을 인용한 것. 이걸 직유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터, 정신분석은 그런 상징성을 매개하는 학문이다. 또한 정신분석이 의학이냐 철학이냐를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는 걸 말해주는 부분이기도 하지. 프로이트 자신도, 자신은 애써 임상으로 밝혀낸 결과를 니체는 직관으로 깨달았다고 말했으니까. 그 기원을 소급해 올라가 보자면 또한 종교(인도)이기도 했으니... 양자역학도 철학에서 길을 찾은 과학이라고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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