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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Jun 25. 2022

프로이트, <성욕에 관한 세 가지 에세이>

정신분석, 동성애, 성도착

  가장 남성다운 남자들이 성 대상 도착자들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그리스에서는 남자의 사랑을 자극한 것이 소년의 남성적 특성이 아니라 여자다운 정신적 특성 - 수줍음, 겸양, 그리고 훈육과 도움의 필요 - 과 더불어 육체적으로 여자와 닮은 면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소년은 성인이 되자마자 남자들을 좋아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 예에서도 보면 다른 여러 경우와 마찬가지로, 성 대상은 단순히 같은 성의 사람이 아니라 양성의 특성을 공유한 사람이다. 말하자면 남자를 추구하는 충동과 여자를 추구하는 충동 사이에서 타협이 있는 반면, 그 대상의 육체 - 즉 생식기 - 가 남성적이어야 한다는 중요한 조건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 대상은 본인의 양성적 본성에 대한 일종의 반영인 셈이다. -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열린책, 김정일 역, p32


  프로이트는 이런 동성애를 유년시기의 엄마와의 관계에서 빚어진 성도착이라고 생각했다. 모친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는 시기의 나르시즘이, 스스로에 대한 이성적 대상화로 옮아가는 것. 그 결과 스스로의 성을 성 대상으로 삼는 것. 이를 증명하듯, 동성애자였던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의 유년시절을 엄마로부터의 분리 불안으로 시작한다.


  물론 이는 프로이트에게도 많은 경우 중 하나의 고찰일 뿐이고, 명확한 인과로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용한 사례 자체는, 그가 비판받는 '개인심리학'의 성향을 넘어서는 범주일지도 모르겠다.


  한 동안 일진 여학생들 사이에서 동성애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 행위가 일반 여학생들과 자신들을 구분 짓는 기호가치였던 셈. 라캉에게서 보다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타자의 담론’, 무의식마저 오롯하게 개인적인 매트릭스는 아니라는 거. 그리스의 동성애도 하나의 특권 의식이기도 했다. 여성을 향한 사랑보다 더 고귀한 소년과의 에로스라는, 플라톤주의를 대변하는 위계의 코드이기도...


  니체부터도 이미 무의식의 집단성을 말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광기는 개인에게서는 드문 일이다. 그러나 집단과 당파, 민족과 시대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다. <광기의 역사>의 저자, 그 역시 동성애자였던 푸코에게선, 성적 '정상'과 '이상'을 구분하는 표현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었을 테지만...


https://brunch.co.kr/@kemsan/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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