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편집장 Jun 27. 2022

바바리맨의 비밀, 거세 콤플레스

영화 <추격자> 심문 장면

이러한 성욕 도착 - 그리고 실로 대부분의 다른 증상들 - 은 정신분석을 받게 되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동기와 결정 요인을 드러낸다. 예를 들면 노출 충동은 거세 콤플렉스에 밀접하게 의존해 있는데, 그것은 환자 자신(남성)의 생식기가 완전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주장하는 하나의 수단이면서, 여자들에게는 남근이 없다는 데서 오는 어린 시절의 우월감을 반복해서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열린책들, 김정일 역, '1920년에 추가된 각주' -


영화 <추격자>에서, 경찰들 앞에서는 냉정함을 잃지 않았던 하정우가, 심리학자의 ‘성불구’ 발언에 발끈하는 장면. 망치와 정으로 여자의 머리에 해를 가했던 건, 그의 콤플렉스가 옮아간 방식이었다. 그 증상으로서의 편집증과 히스테리라는 거.


‘성 도착’이란 게, 어떤 억압의 조건 안에서 해소할 수 있는 대리 만족으로 고착화 된 방식이라는 프로이트의 설명. 실상 바바리맨의 노출 행위도 별 다르지 않은 결핍감이라는 거야. ‘거세 콤플렉스’라는 건, 이를테면 ‘남자 구실’이라는, 그 사회의 통념에 영합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불안이다. 저 ‘거세’ 개념은 남근의 상징성에 대한 해석인데, 지금으로선 페미니스트들의 욕받이 되어도 할 말 없을 정도로, 아직은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였던 프로이트 당대를 고려할 일이다.


여튼 바바리맨은 남근이 멀쩡하다는 사실이 자긍심일만큼 그 이외의 것이 없다는 거지. 역설적으로 이미 상징적 거세가 된 상황. 바바리맨이 아닐망정 콤플렉스가 옮아간 과잉의 증상을 살아가는 이들 꽤 많지. 갑질의 문제, 혐오의 문제도 이 관점에서 진단해 봐야 할 일이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프로이트, <성욕에 관한 세 가지 에세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