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사디즘과 마조히즘

일반적으로 사디즘이란 단어에 함축된 의미는 성 대상을 항상 적극적이거나 난폭한 태도로 대하는 사례에서부터 상대방을 모욕하고 학대하는 조건에서만 만족을 얻는 사례까지 모두 포괄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성욕 도착이라고 할 만한 것은 단지 후자의 극단적인 예뿐이다. -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열린책들, 김정일 역, p48

  마조히즘은 자아에게 돌린 사디즘, 항상 붙어다니는 동전의 양면이다. 프로이트의 말은, 도착은 아닐망정 정상적인 사람들도 조금씩은 그런 가학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 고통은 쾌감을 수반한다는 것. 바디우 - 라캉에게선 죽음 충동이 성적 엑스터시와의 상관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그런데 섹스 중에 고통과 희열의 경계를 살피는 일은, 모욕의 감정이 관여하는 건 아니잖아. 

  모욕에서 쾌감을 얻는 수준이라면, 이건 도착된 욕망일 수 있다는 거야.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못 되게 구는 사람들 있잖아. 프로이트 식으로 설명하자면, 해소되지 않은 욕망이 옮아간 증상이라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