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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Jul 13. 2022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논고> - 언어와 세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1 세계는 성립되어 있는 사항들의 총체이다.

1.1 세계는 사실들의 총체이지, 사물의 총체가 아니다.

1.11 세계는 사실을 통해, 그리고 그것이 사실 전부라는 점을 통해 규정된다.

1.12 왜냐하면 사실의 총체는 무엇이 성립되어 있는지를 규정하고, 또 무엇이 성립되지 않았는지도 규정하기 때문이다.

1.13 논리 공간 안에 사실이 곧 세계이다.

1.2 세계는 사실로 분해된다.

1.21 그 가운데 어떤 것은 성립되거나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모든 것은 그대로 있을 수 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가 이와 비슷한 형식인데, 스피노자는 데카르트를 비판하기 위해 데카르트의 수학 형식을 빌린 재치였고, 비트겐슈타인은 스피노자에 대한 오마주다.


  ‘세계는 사실들의 총체이지, 사물의 총체가 아니다’는 말은, 이를테면 비를 내리는 하늘을 단지 검은 구름으로 인식하지 않잖아. ‘흐림’이라는 정서를 깔고 의미화가 되는, 언어적 현상학이라는 거야. 세계는 언어적 심상의 총체라는 것.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철학자가 쇼펜하우어란다. 결국 칸트까지 소급되는 ‘표상’에 관한 담론. 우리는 물자체를 인식할 수 없다는 거야.


7.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이 또한 많이 인용되는 마지막 구절. 구체적으로 지목하자면 헤겔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헤겔은 ‘절대 정신’이란 것으로 물자체를 인식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철학사 내내 비판을 받았으니까.


  비트겐슈타인은 삶으로 사는 철학이 관심사였고, 형이상학에는 회의적이었다. 또한 지식인들이 언어를 착취하는 세태를 비판한 것이기 했다. 이를테면 비트겐슈타인이 언급하는 언어의 문제는 소쉬르의 시니피앙, 시니피에, 랑그, 빠롤이란 개념들인데, 철학을 공부하지 않은 이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들이잖아. 철학은 일상의 용어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바, 그런데 또 철학을 공부하지 않은 이들에게서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도 그닥 일상어는 아니라는 거. 철학자들이 생각하는 일상의 범주가 다른 거.


  훗날 이 초창기 철학을 수정하면서 사적 언어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언어는 보편적 구조를 지니고 있긴 하지만, 보편적 의미로 지시하는 것만은 아니잖아.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들은 ‘가 버려!’라는 문장을 어찌 해석할 것인가? 가란다고 가도 욕을 먹고, 가랬는데 안 가도 욕을 먹을 판. 그 해석이 언제나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상대는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는 경우에도, 내가 다르게 해석해야 견뎌낼 수 있는 경우니까.


  사랑의 대상이 아닐진대, 경우 없이 내뱉는 말에는 해석의 여지가 없지. 그가 잘못 이해한 거라고 변명하기에 앞서, 니가 잘못 말하지 말았어야지. 그 나이 먹도록 말을 덜 배운 건가? 그 나이 먹고서 말을 다시 배워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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