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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Aug 03. 2022

<슬램덩크>를 사랑했던, 이젠 중년이 된 그대에게

다시, <왼손은 거들뿐> 챌린지

   내 학창시절에는 농구골대의 그물이 항상 찢어져 있었다학교에서 새 것을 달아줘도일주일을 못 버텨냈던 것 같다농구가 열풍이었던 시절이라쉬는 시간마다 쏟아져 나와 공을 던지는 학생들의 열정을 감당할 수 없던 내구성일뿐더러새로 그물이 달리는 날엔 더 극성이던 열정들.


   “영감님의 영광의 시절은 언제였죠국가대표 때였나요나는 지금입니다.”


   강백호의 영광의 시절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일까때때로 그들의 시간이 부럽기도 하다독자들이 다시 펼쳐보는 페이지가 어디냐에 따라언제든지 그 순간을 반복할 수 있는 지면의 시간성.


   우리의 영광의 시절은 언제였을까아니 그런 시절이 있기나 했던 걸까아직 도래하지 않았는지도이미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그냥 그것이 좋아서앞뒤 잴 것 없이 맹목적으로 달려들었던 청춘분명 누구에게나 그런 날들이 있었을 터그 짙은 채도의 기억이, ‘다시를 가능케 하기도 한다. ‘그런 시절도 있었는데라는 심정으로아직 시들지 않은 그 심장으로...

   <슬램덩크>에서 야외 농구대는, 강백호에게 있어 중요한 의미잖아. ‘천재’란 노력 없는 재능의 결정체라는 신념으로, 자칭 ‘천재’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농구부 몰래 부단히도 연습을 하던 장소.


   그러고 보면 농구대는 어디에든 있다. 학창시절에도 체육관 안의 농구대보다는 야외 농구대 아래서 미끄덩거리는 살을 맞댔던 기억이 더 많다. 그야말로 농구 열풍이던 시대, 전교 1등이나 전교 꼴찌나, 날라리나 모범생이나, 서로의 발끝에서 이는 흙먼지를 기꺼이 뒤집어쓰곤 했었는데... 몸의 기억까지 덧댄 풍경이란 점에서, 보다 프루스트적이고 프로이트적이지 않을까?


   가끔씩은 농구대가 있는 풍경이 그렇게 좋다. 그 위로 흘러가는 구름과 그 아래로 작렬하는 태양과, 그물을 스치는 바람과... 모두가 떠나간 자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도...


   다시 한 번 그 풍경 속에서, 그 해 여름을 돌아보자는 취지. ‘우리 모두 여기에’, ‘중년의 여름에 찾아냈다’의 캐치프레이즈.

   <그로부터 20년 후>의 저자, 다반/디페랑스 출판사 편집장, 그때 그 시절 춘천고등학교 1학년 1반 민이언으로부터...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일러스트

   우리 또래에겐 스포츠와 만화의 의미를 넘어서는 기억일 게다그 시절에는 덩크를 꽂아 넣던 놈들도이제 그나마 봐 줄만한 동작이 '왼손은 거들 뿐'인 미들슛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 시절우리가 사랑했던, <슬램덩크> - 다시 한 번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주제로 챌린지를 해볼까 하는 생각에우선 지인에게 물었더니 반응은 괜찮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슬램덩크>, 그리고 이젠 중년이 된 그대에게... 잠깐이나마 행복해 보자는, 중년들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그 여름 안에서 ‘환한 미소와 함께 서 있는’, 우리 모두 여기에...

  https://www.instagram.com/di_mini_on/


  음악은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ost 君が好きだと叫びたい

 

  음원 허락을 받지 않고 사용했는데, 일본곡이라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문제가 될 시에는 내리겠습니다. 상업용으로 쓰는 건 아니니, 중년들의 '다시'를 응원하는 뮤지션들의 양해를 부탁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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