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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Aug 20. 2022

조지프 캠벨, <신의 가면 2 : 동양 신화>

스토리텔링, 클리셰

40년 전에 마드리드 대학의 아랍어 교수이자 가톨릭 신부인 미구엘 아신 팔라시오스는 단테의 <신곡>에 모슬렘의 영향이 있음을 밝혔다. 이는 유럽의 학문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는 연옥, 지옥, 천당을 방문한 모하메드의 밤여행 전설에 관한 문학을 상세하게 검토하면서, 양자 사이의 결정적 관계를 보여주는 유사점을 제시하였다. 그 과정에서 페르시아 조로아스터교의 전승에 관하여 언급하고, 더 나아가 이집트의 <사자의 서>에 보이는 오시리스 앞에서의 영혼 심판도 언급하였다. ... - 조지프 캠벨, <신의 가면 2 : 동양 신화>, p279


  ‘조셉 캠벨’이란 표기로 더 익숙한, 신화학에서는 프레이저와 더불어 그 이름을 많이 들어보게 되는 학자. 읽어보면, 저런 인용구들은 어떻게 다 발췌했을까 싶을 정도로, 인류학, 언어학, 문학, 철학이 페이지마다에... 심지어 극동의 문사철에도 상당히 빠삭한... 글을 쓰다가 인용할 책의 어느 페이지를 떠올린다는 건, 어느 정도는 기억하고 있다는 거니까. 


  니체 철학의 총아인 소설 제목이 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인가 하면... 불을 숭배한다고 하여, 조로아스터교를 배화교(拜火敎)라고도 하잖아. 어둠을 밝히는 불, 이 선과 악의 이분법을 중동의 종교들에 흩뿌린 기원이기 때문에... 이 선악의 이분법이 중동의 종교는 물론 인도에까지 영향을 미쳤단다. 


  니체는 선과 악의 정립이 도대체 누구의 입장에서의 도덕인가라는 질문에, 그 기원인 차라투스트라를 등장시켜 해체한 것. 이를테면, 일부 계층에 부가 편중된 중동 국가의 남성우월주의적 사회에서는, 여자 입장에서도 일부다처제가 생계유지를 위한 경제적 방편인 것. 그것이 도덕이고 비도덕이고의 문제가 기득권의 담론이라는 거야.

로버트 그레이브스의 <하얀 여신>에는 초기 레반트, 그레타, 그리스, 켈트, 그리고 게르만 신화 및 전설에 나타나 있는 절름발이 왕에 관한 장이 있다. 그 장은 이러한 맥락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거기에는 개울에서 천사와 씨름한 후 절뚝거리게 된 야곱, 디오니소스 신의 황소-발, 절름발이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 역시 절름발이 대장장이인 빌라트가 언급되고 있다. ... - 조지프 캠벨, <신의 가면 2 : 동양 신화>, p445


  어느 점토판에 적혀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석했더니, ‘빛이 있으라 함에...’였단다.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은 유럽 입장에서나 뿌리이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는 그들보다 앞선 문명이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잖아. 문화끼리 접촉을 하게 되면 서로 영향을 받기 마련, 그래서 각국의 신화는 서로 유사한 클리셰를 지니고 있다는 것. 바구니에 담겨 물에 떠내려 온 아기는 모세뿐만이 아니잖아. 


  4대 문명으로 알려진, 그로부터 발전한 국가들은 꽤 일찍부터 교류가 있었던가 보다. 그것이 인도를 거쳐 중국에까지... 선악의 이분법 같은 경우는, 한나라 때 불교가 정착하고, 그 영향을 받은 도교가 체계화되면서 그렇게 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그래서 제목은 ‘동양신화’인데 반은 이집트와 중동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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