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편집장 Aug 23. 2022

조지프 캠벨, <신의 가면 2 : 동양 신화>

혼(魂)과 백(魄), 윤회 철학

출생 및 죽음의 의례와 관련해서 영혼과 비슷한 2개의 원리를 볼 수 있다. 첫 번째의 원리인 백(魄 : “하양”을 의미하는 글자와 “귀신”을 의미하는 글자의 합성어로서 “하연 귀신”으로 쓰여진다)은 수태 시에 생겨나고, 두 번째의 혼(魂 : “구름”을 의미하는 글자와 “귀신”을 의미하는 글자의 합성어로서 “구름 귀신”으로 쓰여진다)은 출생의 순간에 백과 결합하며, 그때 빛의 세계에 어둠이 들어온다. 후기 사상에서 백은 음, 혼은 양과 동일시되었다. 사람이 죽을 때 백은 시체와 함께 무덤에 3년 동안 남아 있으며 (이집트의 바(Ba)와 비교해보라), 그후 황천으로 내려간다. 만일 백이 편안하게 모셔지지 않으면 유령, 곧 귀로 되돌아올 수 있다. 이와 달리 빛의 원리에 참여하는 혼은 하늘로 올라가서 정령, 곧 신이 된다. - 조지프 캠벨, <신의 가면 2 : 동양 신화>, 이진구 역, p518 -


  불교의 유식론(唯識論)은 식(識)을 여러 위계로 나누는데, 신체의 감각보다 높은 식이 우리가 흔히 일컫는 의식(意識)이며, 그보다 높은 위계가 ‘마나스식’과 ‘아뢰야식’이다. 마나스식과 아라야식을 오늘날의 정신분석적 용어로 치환하자면 전의식과 무의식 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 인도철학의 윤회 담론은 아뢰야식이 순환을 한다는 논리.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도 윤회는 등장한다. 플라톤에 따르면 인간인 죽어서 이데아의 세계를 경험하고 난 뒤 윤회의 순간에 레테의 강을 건너면서 내세에서 경험한 이데아를 잊게 된다. 하여 삶은 그 이데아를 상기하는 과정, 그 도구로서의 철학으로 이성을 계발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었던 것. 


  자주 언급하는 이야기인데, 인도는 유럽어족으로 묶인다. 언어의 구조는 사유의 구조와 맥을 함께 하는 법, 인도 철학은 서양의 사유체계로 분류된다. 또한 일찍부터 교류가 있었던 문명권. ‘육체의 굴레’라는 인식도 공유하고 있었다.

  캠벨이 말하고 있는 바는, 주자(朱子)의 논리다. 항상 주류 정치철학이었던 유교가 당시 유행했던 불교와 도가를 받아들여 고도의 관념론인 성리학으로 발전한 것. 극동의 일원론이 이원론 체계를 받아들이면서도 일원론적 근거는 남겨둔다. 즉 육체를 ‘굴레’로 치부하지 않았다는 것. 


  ‘혼이 나다’는 말은 잠깐 혼(魂)이 나갔다 들어올 정도로 놀랐다는 의미. 이런 정신적 성격이 바로 혼(魂) 개념이다. 육체에도 깃들어 있는 것이 있으니, 죽으면 육체와 함께 땅으로 스미는 것이 백(魄)이다. 그래서 극동이 묘자리 풍수에 민감해할 수밖에 없었던 것. 


  미신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또 그렇게 생각할 수 없는 경우도 있잖아. 이는 융의 집단무의식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주술의 패러다임을 살아가는 시대에는 그것이 정말로 심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였단다. 묘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겠지. 장례문화가 점점 바뀌면서는 묘자리에 대한 영향도 덜해지고 있긴 하고...

작가의 이전글 장국영의 <To you>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