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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Aug 29. 2022

영화 <심야식당> - 행복의 역치

평범한 특별함

  디오니소스 프로젝트, <세기의 책> 기획을 함께 하고 있는 저자 분들과, 중간 점검 차 만나 뵌 일요일 오후. 말이 ‘중간 점검’이지, 메일과 카톡만 주고받다가 오늘 처음 뵙는 분들도 있었다.


  대화 도중에 꺼낸 영화 <심야식당>에 관한 이야기. 에세이를 쓰시는 저자 분들과 종종 나누곤 했던 구성에 대한 정리가 조금 선명해졌다고 할까?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 동안은 왜 떠올리지 못 했을까?

  음식을 매개로, 식당을 찾는 손님들과의 삶에 관한 대화들로 잇대는 하루하루... 라는 구성이잖아. 음식 이름을 챕터의 제목을 삼을 정도로, 음식에 담긴 저마다의 사연. 음식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입과 그 음식을 먹는 입. 음식이 굳이 등장하지 않아도 되는 구성임에도 또 먹는 입에 대한 사연을 매개할 음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거창한 음식인 것도, 특별한 사연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개인이 지니는 보편성의 그 소소한 특별함. 맥주 한 잔에 곁들이는 소시지 볶음처럼... 그리고 그것을 감싸는 약간의 판타지. 화려한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도 뭐 그렇게 스펙타클한 건 없으니까. 그럼에도 무미건조하게 소모해버리고 싶은 않은 삶이기에, 그 약간의 판타지를 경험해 보고자 우리는 무언가를 애호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아닐까?

  등장인물들은, 서로 다른 시간의 결이 모여 살아가는 도시의 한 자락에 모인 도시의 표집이기도 하다. 인구(人口)라는 경제 단위들이 먹을 것 앞에서 풀어놓은 ‘대화 편’. 먹방에는 그런 게 없지. sns와 블로그의 요리 사진에도 그런 스토리는 담겨 있진 않고... 


  <심야식당>은 먹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쉼의 장소이기도 하다는 것. 도시의 작은 뒷골목에서, 퇴근 후의 일상에서 즐기는 평범함. 음식을 찍어 sns에 올리는 사람들은 없다. 장인의 손길로 만들어내는 쉼은 도리어 단촐하기까지 하다.

  미치루의 풍경(風磬)이 그런 평범한 행복에 대한 상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언제나 그곳에 불고 있는 바람의 청각화, 바람의 소리로 그곳에 바람이 불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평범한 깨달음. 우리는 특별함에 매몰된 ‘행복해 보임’을 경쟁하듯 보여주는 데에 급급한 것이 아닐까? 그러다 놓치는 것들. 어쩌면 욕심으로 놓쳐버린 평범하고도 소중한 인연에 관한 이야기. 

  한 줌의 얼음톱밥으로 만끽하는, 오다기리 죠의 ‘한 입의 시원함’ 같은 것. 물론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상투적인 수식에는 나도 공감하지 않는다. 이왕이면 보다 더 화려하게 보다 더 특별하게 살고 싶은 삶이니까. 그러나 적어도 행복의 역치에 관련해 생각해 볼, 일상 속의 파랑새가 아닐까 하는... 


  함께하시는 저자 분들 중에 동사무소 동장님이 계셔서, 떠올린 이야기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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